1845년 9월, 아일랜드 서부 메이요 카운티의 한 농부가 감자밭에서 검게 썩어가는 감자를 발견했다. 이것은 단순한 농작물 병충해가 아니었다. 향후 7년간 100만 명 이상이 굶어 죽고, 200만 명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대기근(An Gorta Mór)'의 시작이었다. 감자 역병균(Phytophthora infestans)이 유럽 전역을 휩쓸었지만, 유독 아일랜드만이 참혹한 비극을 맞았다. 인구의 3분의 1이 감자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아일랜드 소작농들에게, 이 병충해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아일랜드 대기근, 1845–1852년. 감자 역병으로 약 100만 명이 아사하고 100만 명이 이민을 떠난 아일랜드 역사 최대의 비극. ⓒ National Library of Ireland
대기근의 참상은 자연재해를 넘어선 정치적 재앙이었다. 영국 정부는 자유방임주의 경제 원칙을 고수하며 구호를 최소화했다. 찰스 트레블리언 재무차관은 "기근은 신의 섭리"라며 아일랜드인들의 도덕적 타락을 탓했다. 더 잔인한 것은 기근 중에도 아일랜드에서 영국으로의 곡물 수출이 계속됐다는 사실이다. 토지를 소유한 영국인 지주들은 소작료를 내지 못한 농민들을 대거 쫓아냈고, 1849년 한 해에만 5만 가구가 강제 퇴거당했다. 기근은 800년 식민 지배의 구조적 모순이 폭발한 결과였다.
랜스 데일리 감독의 Black '47은 대기근이 절정에 달한 1847년을 배경으로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영국군으로 복무하던 아일랜드인 페니(제임스 프레체빌)가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그를 맞은 것은 텅 빈 집과 죽은 가족들이었다. 형은 소작료를 내지 못해 교수형을 당했고, 어머니는 굶어 죽었으며, 조카들은 구빈원으로 끌려갔다. 페니는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영국 관리들을 하나씩 찾아 복수를 시작한다. 영화는 서부극의 형식을 빌려 한 남자의 복수극을 그리지만, 그 안에는 식민지 아일랜드의 참혹한 현실이 생생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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