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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2월 4째주] 의료파업

병원을 떠난 의사들과 남겨진 환자들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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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2024년 2월 전국 주요 수련병원 100개 중 76개에서 전공의 6415명(전체의 55%)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기사는 카뮈의 『페스트』를 인용하며 의료 파업 사태를 통해 직업 윤리, 시스템 개혁, 그리고 환자 돌봄 사이를 둘러싼 갈등을 성찰한다.

2024년 2월 20일, 전국 100개 주요 수련병원 중 76개 병원에서 전공의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는 전체 전공의의 55%에 달하는 숫자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벌어진 일이었다.

숫자는 말한다. 55%라는 비율이 아니라, 6415라는 구체적인 수가 전하는 무게를. 한 사람 한 사람이 내린 결정의 합이 만들어낸 이 숫자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할까. 떠난 이들의 분노인가, 남겨진 이들의 불안인가.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에서 의사 리유를 통해 묻는다. 재난 앞에서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리유는 페스트가 창궐한 도시를 떠나지 않는다. 그에게 의사라는 직업은 단순한 생계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져야 할 책임의 다른 이름이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 80시간이 넘는 노동, 수련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착취,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시스템. 그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하지만 카뮈가 던진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직업이란 무엇인가. 특히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란.

리유는 페스트와 싸우면서도 승리를 확신하지 않는다. 다만 매일 환자를 돌볼 뿐이다. 그에게 의료행위란 거창한 사명이 아니라 일상적 실천이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웃과의 연대였다.

2024년의 한국 병원은 카뮈가 그린 오랑시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전염병 대신 구조적 모순이 창궐하고, 의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응한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이 선택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환자들은 기다린다. 수술이 연기되고 외래 진료가 축소되는 현실 속에서, 그들에게 의료란 추상적 권리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6415명이 떠난 자리를 메우는 것은 남은 의료진의 과로와 환자들의 인내다.

카뮈의 리유는 말한다.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이라고. 그것은 자신의 직분을 다하는 것이라고. 2024년 2월의 한국에서 이 말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투쟁과 당장의 환자를 돌보는 일 사이에서, 의사들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숫자는 다시 말한다. 55%가 떠났다는 것은 45%가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 그들 모두가 나름의 방식으로 의료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고민이 만나는 지점을 찾는 일이다.

『페스트』이 진단하는 의료 시스템의 문제는 치료의 기술이 아니라 돌봄의 구조다. 질병을 고치는 능력은 놀랍게 발전했지만, 누가 어떤 조건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불평등하다.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는 전 국민을 포괄하는 보편적 시스템으로 평가받지만, 보장률은 선진국에 비해 낮다. 비급여 항목이 많아 실질적인 의료비 부담은 환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제도의 외형과 실질 사이의 간극이 크다.

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수익성이 낮은 진료과를 기피하는 현상은 의료 시스템의 시장화가 낳은 결과다.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이 편중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

6415라는 숫자가 0이 되는 날,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 병원으로 돌아온 의사들과 함께 돌아올 것은 무엇일까. 아니면 이미 무언가는 돌이킬 수 없이 변해버린 것일까. 카뮈의 페스트가 끝난 후에도 도시는 예전과 같지 않았듯이.

📊 숫자로 보는 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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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 제출 전공의
2024년 보건복지부 전공의 집단행동 현황 점검 결과
수련병원 중 76개 병원에서 전공의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에서 의사 리유를 통해 묻는다. 재난 앞에서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리유는 페스트가 창궐한 도시를 떠나지 않는다. 그에게 의사라는 직업은 단순한 생계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져야 할 책임의 다른 이름이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 80시간이 넘는 노동, 수련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착취,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시스템. 그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하지만 카뮈가 던진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직업이란 무엇인가. 특히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란.

리유는 페스트와 싸우면서도 승리를 확신하지 않는다. 다만 매일 환자를 돌볼 뿐이다. 그에게 의료행위란 거창한 사명이 아니라 일상적 실천이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웃과의 연대였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의료 시스템 위기

전공의 55%의 일괄 사직은 단순한 노동 분쟁을 넘어 한국 의료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환자 진료 공백과 의료 공급 붕괴의 직결 위협이다.

2
윤리적 딜레마

기사는 직업 정신과 권리 보장 사이의 근본적 갈등을 조명한다. 의사의 '소명'과 '착취'라는 상충하는 기준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의 문제다.

3
환자 피해의 현실화

파업으로 인한 수술 연기와 진료 축소는 추상적 권리 문제가 아닌 생존 문제로 전환된다. 약자의 고통이 갈등 해결을 촉구한다.

한국 의사 1인당 진료 환자 수
출처: OECD Health Statis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