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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6월 1째주] AI 규제의 역설

우리는 왜 기술을 두려워하면서도 그것에 의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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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한국 정부의 AI 규제와 글로벌 AI 투자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을 철학적으로 분석한 기사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이론을 통해 규제가 오히려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고 욕망을 증폭시키는 역설적 구조를 제시한다.

2024년 1월, 한국 정부가 전국 최초로 AI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딥페이크를 비롯한 악용 사례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같은 시기 글로벌 AI 투자액은 673억 달러를 돌파했다. 규제와 투자가 동시에 늘어나는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술의 인류의 태도는 늘 양가적이었다. 19세기 러다이트 운동부터 21세기 AI 규제론까지, 우리는 새로운 도구 앞에서 매번 같은 고민을 반복한다. 통제할 수 있을까. 통제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미 늦었나.

들뢰즈와 가타리는 『천 개의 고원』에서 탈영토화와 재영토화라는 개념으로 권력과 욕망의 역학을 설명했다. 기존의 질서를 벗어나려는 힘인 탈영토화는 항상 새로운 질서로 포획하려는 재영토화의 힘과 길항한다. AI 규제 논의는 바로 이 역학의 현대판이다. 기술이 기존 산업 구조를 해체하면, 규제가 그것을 새로운 틀 안으로 포획하려 한다.

2025년 글로벌 AI 투자액은 전년 대비 35퍼센트 증가한 약 9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EU의 AI법이 시행되고, 한국도 AI 기본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규제와 투자가 동시에 폭발하는 이 현상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들뢰즈의 관점에서는 필연이다. 욕망의 흐름이 강해질수록 그것을 코드화하려는 시도도 함께 강해지기 때문이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말한 욕망 기계의 개념은 AI를 이해하는 데 독특한 시사점을 준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증폭하고 재생산하는 장치다. 추천 알고리즘은 소비 욕망을, 생성형 AI는 창작 욕망을, 자율주행은 이동의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규제하려 할수록 우회로가 생기고, 우회로가 생길수록 욕망은 더 정교하게 변모한다.

한국 정부의 AI 규제 접근법은 위험 기반 규제를 표방하고 있다. 고위험 AI에는 엄격한 규제를, 저위험 AI에는 자율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들뢰즈적 관점에서 보면, 위험의 분류 자체가 이미 기존 권력 구조의 반영이다. 누가 위험을 정의하느냐가 곧 누가 시장을 지배하느냐를 결정하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천 개의 고원』이 AI 규제의 역설을 바라보는 시선은 표면적 현상 너머의 구조를 향한다.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은 개별 사건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는 대신, 그 사건을 가능하게 만든 사회적 조건을 추적한다. 이런 관점은 반복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AI 규제의 역설 문제의 핵심은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에 있다. 법과 정책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하더라도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빈번하다.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간극이다. 설계된 세계와 살아가는 세계 사이의 거리.

한국 사회에서 AI 규제의 역설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 구조, 인구 변화, 기술 발전, 세대 갈등 등 복합적인 요인과 얽혀 있다. 한 가지 변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성이 정책 입안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는 AI 규제의 역설 분야에서도 독특한 양상을 만들어냈다. 선진국이 수십 년에 걸쳐 겪은 변화를 불과 한 세대 만에 경험하면서, 제도적 성숙 없이 양적 팽창만 이뤄진 측면이 있다.

AI라는 기계적 흐름 앞에서 규제라는 인간적 대응은 항상 한 발 늦을 수밖에 없다. 들뢰즈가 던진 근본적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통제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통제 대상을 더 강화시키는 역설 속에서,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무엇인가. 기술을 길들일 것인가, 아니면 기술과 함께 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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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 투자 규모 최근값
2023년 CB Insights 'State of AI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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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3 증감
2024 CB Insights 'State of AI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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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기준
2019년 CB Insights 'State of AI Report'

CB Insights 집계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AI 투자 규모는 673억 달러(약 87조 원)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생성형 AI 붐에 힘입어 9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년 2월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AI 분야 R&D 예산은 1조 4,000억 원으로 미국·중국 대비 1/50 수준에 불과하다. EU AI법(AI Act)이 2024년 8월 발효되면서 위험 등급별 규제 체계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는 『천 개의 고원』에서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욕망하는 기계'로 파악했다. 그들의 관점에서 AI는 인간이 통제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본·권력·욕망의 흐름 속에서 자율적으로 접속하고 증식하는 배치(agencement)의 일부다. 규제가 포획(capture)의 논리라면, AI의 발전은 끊임없이 탈영토화하는 흐름이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리좀' 개념은 AI 규제의 딜레마를 정확히 포착한다. 리좀은 중심도 위계도 없이 어디서든 연결되고 증식하는 체계를 말한다. 오픈소스 AI 모델의 확산, 개인 개발자의 미세조정, API를 통한 무한한 응용—이 모든 것이 리좀적 구조를 띤다. 중앙집권적 규제가 포착할 수 없는 흐름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2025년 현재 AI 규제의 국제적 지형은 급변하고 있다. EU는 AI법으로 선제적 규제의 길을 택했고, 미국은 행정명령 중심의 유연한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법으로 콘텐츠 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은 2025년 3월 AI 기본법을 국회에 발의했으나, 산업 진흥과 위험 관리의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AI 규제의 근본적 질문은 들뢰즈의 통찰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AI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만, 통제하려는 시도 자체가 AI의 발전 방향을 특정하게 형성한다. 규제가 혁신을 억제하는가, 아니면 규제의 부재가 더 큰 위험을 초래하는가—이 이분법을 넘어, 기술과 사회가 함께 진화하는 공생의 모델은 가능한가.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AI 규제와 투자 변화

기술 발전과 규제의 역설적 구조를 보여주어 현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2
철학적 분석 제시

들뢰즈와 가타리의 이론을 활용해 새로운 해석의 틀을 제공해 기술 발전의 통찰력을 높입니다.

3
미래 전망 제시

AI 규제와 투자 증가의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글로벌 AI 투자 규모
출처: CB Insi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