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8개 대학에서 시작해 2024년 6개 대학이 추가로 지정됐다. 검찰 출신 인사들이 민간 기업으로 이동하는 숫자다. KT만 해도 김영섭 대표 부임 1년 만에 검찰 출신 임원이 눈에 띄게 늘었다. 숫자는 단순하지만 그 이면의 움직임은 복잡하다.
검찰 조직을 떠난 이들이 기업의 요직에 앉는다. 법무팀장, 준법감시인, 때로는 CEO 자리까지. 이들은 검찰 시절의 인맥과 정보력을 무기로 기업 내부에 새로운 권력 구조를 만든다. 기업은 이들의 방패막이 능력을 산다. 수사를 받을 때, 규제 당국과 마찰이 있을 때, 그들의 존재감은 빛을 발한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검찰 출신이 대기업 임원으로 영입된 사례는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수사를 받았거나 받을 가능성이 있는 기업일수록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 검찰개혁이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이 숫자들이 조용히 늘어나는 건 우연일까.
미셸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추적했다. 그는 권력이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작동한다고 봤다. 검찰 권력도 마찬가지다. 조직 안에서만 작동하는 게 아니라 조직을 떠난 뒤에도 다른 형태로 재생산된다.
푸코가 파놉티콘을 통해 설명한 감시 체계는 오늘날 검찰-기업 관계에서도 발견된다. 검찰 출신이 기업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일종의 감시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로 수사받을 일이 없어도 늘 수사받을 가능성을 의식하게 된다. 기업은 자발적으로 검찰의 시선을 내재화한다.
권력은 폐쇄 회로를 만든다. 검찰에서 기업으로, 기업에서 다시 검찰로 이어지는 인맥의 그물망. 이 회로 안에서는 정보가 흐르고 영향력이 행사된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권력의 실핏줄들이 사회 전체를 관통한다.
검찰개혁을 말할 때 우리는 주로 제도와 법률을 이야기한다. 수사권 조정, 인사 독립성, 기소권 통제. 하지만 진짜 개혁은 이런 비공식적 권력 회로를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권력이 조직을 떠나서도 계속 작동한다면, 조직 개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푸코는 권력에 저항하는 것도 권력 관계 안에서 일어난다고 했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이들도 결국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다. 권력으로 권력을 견제한다는 이 역설적 구조 속에서 진정한 개혁이 가능할까. 어쩌면 우리가 묻고 있는 건 검찰개혁이 아니라 권력 자체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다시 처음의 숫자로 돌아가 보자. 2023년 8개, 2024년 6개.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누적 숫자는 계속 늘어난다. 검찰을 떠난 이들이 만드는 새로운 권력 지형도. 개혁을 말하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그 지형 위를 걷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