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 교원구몬 본사 건물. 겨울 아침 햇살이 유리창에 비스듬히 걸려 있다. 1층 로비를 지나는 직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엘리베이터 안, 누군가가 조용히 말한다. 새 대표가 온단다. 롯데에서.
1985년 창업 이래 교육 사업 한 길을 걸어온 이 회사가 외부 인사를 수장으로 맞은 건 이례적이다. 그것도 유통업계 출신을. 교원구몬은 지난해 12월 롯데마트 대표 출신 강희태를 새 CEO로 영입했다. 40년 가까이 쌓아온 교육 기업의 문법이 흔들리는 순간이었을까.
피터 드러커는 1969년 『단절의 시대』에서 연속성의 환상을 경고했다. 과거의 성공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으며, 기존 시장이 사라질 때 기업은 자기 부정의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한국의 학습지 산업이 바로 그 단절의 시대를 온몸으로 통과하고 있다. 초등학생 수가 2019년 274만 명에서 2023년 266만 명으로 줄었고, 이 추세는 가속화될 것이다.
교원구몬이 유통업 출신 강희태 전 롯데마트 대표를 CEO로 영입한 것은 드러커적 의미에서 전형적인 불연속적 대응이다. 40년 교육 사업의 문법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이 인사의 배경이다. 학습지를 배달하던 구몬 선생님의 방문 네트워크를 물류와 유통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려는 시도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대담한 실험이다.
드러커는 기업이 스스로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진부화시킬 용기가 없다면, 시장이 대신 그 일을 해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2명을 기록하며 OECD 최하위를 갱신한 것은, 교육 산업의 임계점이 이미 지나갔음을 시사한다. AI 기반 학습 앱과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전통적 방문 학습을 빠르게 대체하는 가운데, 교원구몬의 변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그러나 진정한 단절은 사업 모델의 전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드러커가 강조한 것은 조직 문화의 변화다. 교육 기업의 DNA에 유통의 논리를 이식하는 것은 기술적 과제보다 훨씬 어려운 문화적 과제다.
『단절의 시대』이 출생률과 기업의 미래을 바라보는 시선은 표면적 현상 너머의 구조를 향한다. 피터 드러커은 개별 사건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는 대신, 그 사건을 가능하게 만든 사회적 조건을 추적한다. 이런 관점은 반복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출생률과 기업의 미래 문제의 핵심은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에 있다. 법과 정책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하더라도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빈번하다. 피터 드러커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간극이다. 설계된 세계와 살아가는 세계 사이의 거리.
한국 사회에서 출생률과 기업의 미래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 구조, 인구 변화, 기술 발전, 세대 갈등 등 복합적인 요인과 얽혀 있다. 한 가지 변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성이 정책 입안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는 출생률과 기업의 미래 분야에서도 독특한 양상을 만들어냈다. 선진국이 수십 년에 걸쳐 겪은 변화를 불과 한 세대 만에 경험하면서, 제도적 성숙 없이 양적 팽창만 이뤄진 측면이 있다.
드러커가 말했듯이 기업의 목적은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다. 기존 고객이 사라지고 있다면,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한다. 아이가 줄어드는 시대에 교육 기업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교원구몬의 미래를, 그리고 인구 절벽 시대 모든 기업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드러커가 단절의 시대에서 강조한 핵심 개념은 창조적 포기다. 기존 사업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맥락에서 재정의하는 것이다. 교원구몬의 방문 학습지 사업은 연간 수백만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를 교육이 아닌 라스트마일 서비스 플랫폼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학습지 시장의 축소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초등학생 수 감소는 학습지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9년 274만 명에서 2023년 266만 명으로 줄어든 초등학생 수는 2030년에는 200만 명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사교육 시장 전체가 구조적 축소에 직면해 있으며, 이 가운데 학습지 산업은 가장 먼저,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영역이다. 드러커의 표현을 빌리면, 시장이 이미 스스로 진부화를 시작한 것이다.
유통업 출신 CEO의 영입이라는 파격 인사는, 교육 기업의 경쟁 상대가 더 이상 다른 교육 기업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을 반영한다. 구몬 선생님의 가정 방문은 본질적으로 물류 행위이며, 학습 상담은 고객 관계 관리(CRM)의 한 형태다. 강희태 신임 대표가 롯데마트에서 축적한 공급망 관리와 고객 데이터 분석 역량이 이 전환에 어떻게 적용될지가 교원구몬 실험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드러커는 단절의 시대를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적응해야 할 현실로 보았다. 인구 절벽이라는 거대한 단절 앞에서,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집착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교원구몬의 실험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 사례는 한국 기업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사업은 변하지 않는 세상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지 않은가. 아이가 줄어드는 세상에서 교육 기업이 살아남는 법은, 교육의 정의를 다시 쓰는 것뿐이다.
출생률 감소로 인한 교육 시장 축소 문제를 기업이 새로운 사업 모델로 대응하고자 하는 사례를 보여줌.
급격한 시장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이 기존 사업을 재정의해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줌.
교육 기업이 유통업 출신 CEO를 영입한 것은 새로운 관점과 역량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시사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