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전화기를 내려놓을 틈이 없다. 서울의 한 청년은 오늘도 부동산 앱을 새로고침한다.
부산에선 북극항로 개척과 해운사 본사 이전 소식에 투자 문의가 쏟아진다. 해양수도를 꿈꾸는 도시의 기대감이 매물 하나하나에 스며든다. 반면 서울의 청년들은 여전히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같은 시간, 다른 풍경이다.
이런 간극을 보며 2015년에 출간된 로버트 쉴러의 『비이성적 과열』이 떠올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그는 부동산 시장의 집단 심리를 파헤쳤다. 사람들이 집값을 예측할 때 실제 가치보다는 남들의 기대에 더 주목한다는 것이었다.
쉴러는 집값 상승기에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적 행동을 추적했다. 뉴스를 더 자주 확인하고, 주변 사람들과 부동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난다. 마치 전염병처럼 기대감이 퍼져나간다. 부산의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북적이는 것도 이런 맥락일까.
하지만 쉴러가 진짜 주목한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침묵하는 다수였다. 집값이 오를 때 환호하는 사람들 뒤엔 언제나 조용히 좌절하는 이들이 있다. 통계에는 거래된 집값만 남고, 거래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라진다.
한국의 주택 자가보유율은 지난 10년간 정체 상태다. 2016년 56.8%에서 2025년 57.2%로 0.4%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비율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때마다 이 숫자는 묵묵히 제자리를 지킨다.
쉴러는 이렇게 썼다. 부동산 열기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기계와 같다. 북극항로가 열리면, 기업이 이전하면, 정책이 바뀌면. 그 이야기들은 현재의 불안을 미래의 희망으로 바꾸려 한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질문은 빠져있다. 우리는 왜 집을 통해서만 미래를 상상하게 되었을까. 집값 그래프가 오르내릴 때마다 왜 삶의 가능성도 함께 흔들리는가.
부산의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린다는 뉴스를 보며, 서울의 청년은 무슨 생각을 할까. 희망의 신호로 읽을까, 또 다른 좌절의 시작으로 볼까.
오늘도 누군가는 부동산 앱을 새로고침한다. 누군가는 공인중개사에게 전화를 건다. 그 손가락 끝에서 우리는 집이 아니라 미래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2026년 2월 초, 부산. 북극항로 개척 소식에 부동산 시장이 들썩인다. 해운사 본사 이전 가능성이 투자 검토로 이어진다. 침체했던 도시가 갑자기 기회의 땅으로 변한다.
로버트 실러는 《비이성적 과열》에서 군중심리가 만드는 거품을 해부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주택시장을 지켜보며 그는 묻는다. 가격 상승이 곧 가치 상승일까. 기대가 현실을 만드는가, 아니면 현실이 기대를 배반하는가.
부산의 움직임은 낯설지 않은 패턴이다. 아니, 이런 표현도 진부하다. 정책 발표, 개발 호재, 투자 열기. 이 삼박자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오래된 리듬이다. 실러가 본 것처럼,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현재의 가격을 움직인다.
그는 심리적 전염을 강조했다. 한 사람의 낙관이 열 사람에게 번진다. 열 사람의 행동이 백 사람의 믿음이 된다. 부산 부동산 시장에서도 비슷한 심리가 작동한다. 북극항로라는 가능성이 확실성처럼 거래된다.
이상한 일이다. 항로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해운사는 이전을 확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땅값은 벌써 반응한다. 실러의 표현을 빌리면, 이야기가 숫자보다 강력하다.
한국 지방 도시의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부산시 인구는 2019년 341만명에서 2025년 329만명으로 감소했다. 매년 2만명씩 빠져나간다. 그런데 부동산 투자는 늘어난다는 것.
실러는 거품의 징후를 여러 가지로 정리했다. 그중 하나가 '새로운 시대' 담론이다. 이번엔 다르다, 지금이 기회다, 놓치면 후회한다. 부산의 북극항로 이야기도 그렇다. 해양수도, 물류 허브, 제2의 도약. 듣기 좋은 미래가 현재의 투기를 정당화한다.
문제는 이런 기대가 도시를 어떻게 바꾸는가다. 투자 자금이 몰리면 원주민은 밀려난다. 임대료가 오르고 상권이 바뀐다. 도시는 투자자를 위한 공간이 된다. 실제로 살 사람이 아니라 팔 사람을 위한 도시.
실러의 책은 20년도 더 전에 나왔다. 하지만 그가 본 인간 심리는 변하지 않았다. 불확실한 미래에 확실한 돈을 건다.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산다. 가격이 오르니까 가치가 있을 것이다.
『비이성적 과열』이 분석하는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토지와 주택이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한 구조적 모순이다. 주거의 안정보다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집이 기능하는 사회에서 주거권은 공허한 구호로 남는다.
한국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부의 양극화는 근로소득만으로는 좁힐 수 없는 격차를 만든다. 일해서 번 돈보다 집값 상승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큰 사회에서 근로 의욕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은 정권마다 방향이 바뀌어 왔다. 규제와 완화를 오가는 정책의 시계추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그 불확실성은 다시 투기적 수요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로버트 쉴러의 관점을 빌리면, 부동산 문제는 경제 정책만으로 풀 수 없다. 토지 공개념, 보유세 강화, 공공주택 확대 등 구조적 처방이 필요하지만, 기존 자산 보유자들의 정치적 저항이 개혁의 걸림돌이 된다.
부동산 불평등이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부모의 자산 유무가 자녀의 출발선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공정이라는 가치는 시험대에 오른다. 능력주의의 신화가 부동산 앞에서 무너지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부산이 정말 제2의 도약을 할지도 모른다. 북극항로가 열리고 물류 중심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미래가 오늘의 투기를 정당화할까. 도시의 미래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투자자를 위한 것일까, 시민을 위한 것일까. 땅값 상승이 도시 발전과 같은 말일까.
이 기사는 부동산 시장의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집값 상승과 함께 주택을 구하지 못한 이들의 어려움을 조명한다.
10년간 주택 자가보유율이 정체된 상황을 통계로 보여주며, 우리가 부동산을 통해 미래를 바라보는 심리 구조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부산과 서울의 대조적인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보여주며, 부동산이 개인과 지역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