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뮈니케금융·은행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실적 채운 사이, 부실위험 경고등 켜졌다

맥락4대 시중은행 상반기 기업대출 증가로 실적 개선, 건전성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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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금융가 회의실에서 은행 임원들이 상반기 실적표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숫자는 화려했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4대 시중은행이 기업대출을 대폭 늘려 수익을 끌어올렸지만, 정작 대출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최근 발표한 상반기 실적을 보면 기업대출 증가가 수익 성장을 견인했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은 기업 쪽으로 눈을 돌렸고, 이자수익 확대로 이어졌다. 문제는 양적 성장에 가려진 질적 악화다.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율이 자기자본 증가율을 앞서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 사항이다. RWA는 은행이 보유한 자산의 위험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이 수치가 높아질수록 부실 가능성이 커진다. 한 시중은행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단기 실적에 치중한 대출 확대가 중장기적으로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중소기업 대출에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금리 고점이 장기화되면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기업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0.8%에서 올해 6월 1.2%로 0.4%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은행들의 자본적정성 평가를 강화하고, 고위험 대출에 대한 충당금 적립 기준을 높이기로 했다. 은행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수익성과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의 1990년대 부실채권 사태가 반면교사로 거론된다. 당시 일본 은행들도 부동산 대출을 무분별하게 늘리다가 버블 붕괴와 함께 대규모 부실을 떠안았다. 국내 은행들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선별적 여신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은행 부실이 결국 공적자금 투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정부는 세금으로 은행을 구제했다. 당장의 실적 경쟁이 훗날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