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시작된 일이다. 국내 100대 기업들이 잇따라 공시한 지배구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기업들이 내부 유보금을 쌓아두면서도 주주 환원에는 인색한 모습이 드러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현금성 자산이 5조원에 달하지만 무배당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금성 자산은 2021년 말 2조3472억원에서 매년 가파르게 늘어났다. 2022년 말 3조1456억원, 2023년 말 4조33억원을 거쳐 올해는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3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그러나 회사는 여전히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상장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20%대로 미국(40%)이나 일본(30%)에 비해 현저히 낮다. 기업들은 미래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대규모 투자 계획 없이 현금만 쌓아두는 경우가 많다.
주주 환원 정책뿐만 아니라 경영 승계 준비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용 휠 생산업체 핸즈코퍼레이션은 올해 처음 지배구조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CEO 승계 정책 항목에서 0점을 받았다. 최고경영자 교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절차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반면 아이에스동서는 지난 21일 CEO 승계 정책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사회가 주도적으로 차기 CEO 후보군을 관리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이런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기업 중 CEO 승계 계획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10% 미만으로 추정된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애큐온저축은행이 3년 연속 보고서를 발간했지만, 실질적인 ESG 성과 개선보다는 발간 자체에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규제 당국의 요구에 따라 보고서를 내놓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목표 달성 현황은 불투명하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지배구조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2026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보고서 제출 의무만으로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주주 가치를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면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명한 경영 승계 계획 수립,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 실효성 있는 ESG 경영이 필요하다. 이런 변화 없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