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이 일주일 동안 스마트폰을 스크롤하는 거리가 96미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 달이면 384미터로 에펠탑(324미터)보다 높다. 1년이면 5킬로미터에 육박한다.
이는 단순히 손가락 운동량 문제가 아니다. 96미터라는 거리는 평균적인 스마트폰 화면(15센티미터)을 640번 넘긴 것이다. 하루 평균 91번, 깨어있는 시간으로 나누면 10분마다 한 번씩 화면을 쓸어내리는 셈이다.
한국의 상황은 영국보다 더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7%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하루 평균 사용시간도 5시간 30분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영국(3시간 23분)보다 2시간 이상 길다.
특히 20~30대 한국인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하루 7시간을 넘는다. 이들의 주간 스크롤 거리는 150미터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매주 50층 빌딩을 손가락으로 오르내리는 것과 같다.
스크롤 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콘텐츠 소비 속도가 빨라진다는 의미다. 2020년 틱톡이 15초 숏폼을 선보인 이후 집중력 지속 시간은 급격히 줄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의 평균 집중 시간은 8초로, 금붕어(9초)보다 짧다.
정부와 빅테크 기업들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애플과 구글은 '스크린 타임' 기능을 제공하지만 실제 사용 감소 효과는 5% 미만이다. 한국 정부의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정책'도 청소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한 스크롤이 기본값이 된 시대, 우리는 매주 96미터씩 디지털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고, 닫을 방법은 아직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