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합병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을까. 신한제12호스팩이 무아스와의 합병계약을 해지하고 합병 결정을 취소했다. 교보15호스팩은 씨엠디엘과의 합병 일정을 2026년 7월로 연기했다.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미뤄진 셈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이 복잡한 상장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증시에 입성할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기업은 스팩과 합병해 빠르게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유망 기업에 일찍 투자할 기회를 얻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이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당국이 스팩 규제를 강화한 게 직접적 원인이다. 과거엔 스팩이 합병 대상 기업의 실적이나 성장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장 후 주가가 폭락해 일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사례가 반복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스팩 합병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신한제12호스팩의 경우 무아스의 재무상태가 문제였다. 스팩 자산총계는 125억원인데 부채가 17억원에 달했다. 자본총계 108억원 규모로는 합병 후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케이피항공산업과 엔에이치기업인수목적30호의 합병도 일정이 수정됐다. 항공 부품 제조업체인 케이피항공산업은 방산 수주가 늘면서 상장을 서둘렀지만, 실적 검증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스팩 시장이 위축되면서 중소·벤처기업의 공개시장 자금조달 옵션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일반 IPO도 1년 이상의 심사 기간과 까다로운 실적 기준이 있어 대안이 부족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는 투자자 손실을 줄이기 위한 것이나, 이로 인해 성장성 있는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제와 성장 지원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과제다.
과거 스팩의 부실 합병으로 인한 주가 폭락 사례가 반복되면서 투자자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스팩이 지속 가능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으려면 투명성과 성장성 검증이 필수다.
스팩 합병 성사율이 3건 중 1건 수준으로 떨어지며 중소·벤처기업의 우회상장 통로가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심사 강화가 자금조달 경로 축소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일반 IPO 대신 스팩을 택하던 비상장 벤처기업과 합병 무산 리스크를 떠안은 스팩 주주, 상장 일정이 밀린 창업자·임직원이 직접 영향을 받는다.
스팩은 IPO 대비 절차가 간소해 성장 초기 기업들이 선호했다. 합병 성사율 30% 급락으로 이들의 상장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과거 부실 합병으로 개인투자자 손실이 컸지만, 지나친 규제는 혁신기업 성장을 막는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신한·교보 등 신뢰도 높은 스팩조차 합병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이는 단순 규제 강화를 넘어 스팩 시장 구조 자체의 문제를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