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합병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을까. 신한제12호스팩이 무아스와의 합병계약을 해지하고 합병 결정을 취소했다. 교보15호스팩은 씨엠디엘과의 합병 일정을 2026년 7월로 연기했다.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미뤄진 셈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이 복잡한 상장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증시에 입성할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기업은 스팩과 합병해 빠르게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유망 기업에 일찍 투자할 기회를 얻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이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당국이 스팩 규제를 강화한 게 직접적 원인이다. 과거엔 스팩이 합병 대상 기업의 실적이나 성장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장 후 주가가 폭락해 일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사례가 반복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스팩 합병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신한제12호스팩의 경우 무아스의 재무상태가 문제였다. 스팩 자산총계는 125억원인데 부채가 17억원에 달했다. 자본총계 108억원 규모로는 합병 후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케이피항공산업과 엔에이치기업인수목적30호의 합병도 일정이 수정됐다. 항공 부품 제조업체인 케이피항공산업은 방산 수주가 늘면서 상장을 서둘렀지만, 실적 검증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스팩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코로나19로 증시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스팩 상장이 봇물을 이뤘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함께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스팩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스팩 합병 성사율은 30%대에 그쳤다. 3건 중 2건은 무산된 셈이다.
문제는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창구가 좁아진다는 점이다. 일반 IPO(기업공개)는 심사 기간만 1년 이상 걸린다. 실적 기준도 까다로워 적자 기업은 상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스팩마저 막히면 유망 기업도 성장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진다.
운용사들의 인수합병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운용자산(AUM) 규모를 키워야 수수료 수입이 늘고 시장 지배력도 커진다. 금융감독원도 2014년부터 운용사 대형화를 독려해왔다.
한편 UAE 원유 산업에서도 구조 변화가 감지된다. 2024년 UAE의 원유 부존량과 생산량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석유 의존도를 줄이려는 산업 다변화 정책도 동시에 추진 중이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에 대응하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스팩 시장 위축은 단기적 현상일까, 구조적 변화일까.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규제를 더 강화할 태세다. 기업들은 상장 문턱이 높아졌다고 아우성이다. 스팩이 건전한 자금조달 창구로 자리 잡으려면 투명성과 성장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