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뮈니케농업·식품

쌀값 사상 최고치 경신했지만 농민들은 여전히 웃지 못한다

맥락산지 쌀값 20kg당 21만4천원 돌파, 통계 작성 이래 최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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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군의 한 미곡종합처리장. 수확철을 맞아 트럭들이 줄지어 들어오지만, 농민들 표정은 밝지 않다. 쌀값이 통계 작성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다는 소식에도 말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집계한 10월 초 산지 쌀값은 20kg 한 가마에 21만 4천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시기 19만 3천원보다 10% 이상 올랐고,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2년 21만원대를 잠시 기록한 적은 있지만, 10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가다.

쌀값 상승의 배경에는 생산량 감소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은 371만톤으로, 작년 374만톤보다 약간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가 시장격리 물량을 늘리면서 시중 유통량이 더욱 줄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45만톤을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는데, 이는 작년 35만톤보다 10만톤 늘어난 규모다.

그런데 쌀값이 오른다고 농민 소득이 그만큼 늘어나는 건 아니다. 비료값, 농약값, 인건비 등 생산비가 더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비는 10a당 82만원으로, 3년 전보다 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쌀값 상승률 12%를 웃돈다.

쌀값이 역대 최고라지만 국민 1인당으로 따지면 연간 쌀 소비 지출액은 크게 늘지 않았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56.4kg으로 계속 줄고 있어서다. 20년 전 82kg에서 30% 가까이 감소했다. 쌀값이 올라도 소비량이 줄어 가계 부담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쌀 수급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공공비축미 매입을 늘리고, 가공용 쌀 공급을 확대하는 식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여전히 요원하다. 쌀 소비는 계속 줄고, 생산은 여전히 과잉인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시장격리로 가격을 떠받치는 정책의 한계를 지적한다. 쌀 생산 구조를 다른 작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쌀 가공산업을 키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 선진국들처럼 직불금 중심으로 농가 소득을 보전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쌀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정작 농민들은 생산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은 쌀 소비 자체가 줄어 큰 부담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엇갈림 속에서 한국 농업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갈지, 정부와 농민, 소비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