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5년차를 맞아 중요한 전환점에 섰다. 2020년 10월 해태를 인수한 뒤 분기당 25억원씩 내던 무형자산상각비 부담이 곧 끝나지만, 정작 실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빙그레는 최근 공시를 통해 2024년 영업이익이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회사는 희망퇴직과 PPA(기업인수가격배분) 상각비 감소를 실적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지만,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PPA 상각비는 기업 인수 때 발생하는 일종의 '숨은 비용'이다. 인수 대금 중 장부에 기록된 자산 가치를 초과하는 금액을 산업재산권이나 고객관계 같은 무형자산으로 잡고, 이를 일정 기간 나눠서 비용으로 처리한다. 빙그레의 경우 해태 인수 후 5년간 약 500억원을 이렇게 처리해왔다.
문제는 이 비용이 사라진다고 실적이 자동으로 좋아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빙그레는 해태 인수로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했지만, 통합 시너지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여름 성수기 의존도가 높은 아이스크림 사업 특성상 계절별 실적 편차도 여전히 크다.
같은 식품업계에서도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다. 롯데웰푸드는 최근 2026년 매출 목표를 5조5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낮췄다. 신임 대표 체제에서 사업 재편을 본격화한다는 신호다. KT 역시 지난해 10월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남은 인력을 토탈영업 TF로 재배치했다가, 운영 방식을 다시 손보고 있다.
빙그레가 직면한 과제는 명확하다. PPA 상각 부담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을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비용 절감에 기댄 실적 개선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해태와의 진짜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구조조정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무형자산 상각이 끝나면 일시적으로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수 있지만, 매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며 "빙그레가 해태 브랜드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