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빙그레 본사 회의실. 매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재무팀은 같은 숫자를 반복해서 설명한다. 'PPA 상각비 25억원.' 2020년 10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이후 빙그레가 5년째 치르고 있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세금'이다.
기업이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 지불한 프리미엄은 회계상 무형자산으로 잡힌다. 브랜드 가치, 유통망, 고객 데이터베이스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들이다. 빙그레는 이런 무형자산을 매 분기 25억원씩 상각하며 영업이익을 갉아먹고 있다. 연간 100억원, 5년이면 500억원이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연 3조원 규모다. 빙그레는 해태 인수로 시장점유율을 30%에서 40%로 끌어올렸다. 부라보콘, 누가바 같은 추억의 브랜드를 되살리며 매출도 늘었다. 그런데도 영업이익은 정체다. 2024년 들어서는 오히려 하락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경쟁사들은 다른 길을 걸었다. 롯데웰푸드는 기존 사업을 정리하며 몸집을 줄이는 중이다. 2028년 매출 목표를 당초 5조 5000억원에서 5조 2000억원으로 낮췄다. 오리온은 해외 시장에 집중하며 국내 인수합병을 자제했다.
빙그레의 선택이 틀렸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무형자산 상각은 2025년 10월이면 끝난다. 그때부터는 연간 100억원의 비용이 사라지며 영업이익이 개선될 전망이다. 문제는 그사이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느냐다.
아이스크림 업계에서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빙그레도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해태 인수로 늘어난 인력을 다시 줄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5년 전 빙그레는 2000억원을 들여 해태를 품에 안았다. 당시 "국민 아이스크림의 부활"이라며 환영받았다. 하지만 인수 프리미엄은 여전히 빙그레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 인수가 단순히 브랜드와 공장을 사는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