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입양 제도를 손본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를 보면 올해 시설에서 보호받는 아동이 1583명에 이른다. 아동권리보장원과 함께 입양 절차를 개선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로 가족을 찾는 아동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입양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입양 대기 기간을 단축한다. 지금은 아동이 시설에 입소한 뒤 실제 입양까지 평균 2년이 걸린다. 이를 1년 이내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입양 가정에 대한 지원금도 늘린다. 현재 월 15만원인 양육수당을 20만원으로 인상하고, 의료비 지원 범위도 확대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입양 전 위탁제도' 도입이다. 예비 입양 부모가 아동과 6개월간 함께 생활하며 적응 기간을 갖는 제도다. 스웨덴이나 네덜란드에서는 이미 정착한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내년 3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런 제도 개선이 실제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국내 입양 건수는 2020년 492건에서 작년 326건으로 3년 새 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호대상아동 수는 오히려 1400명대에서 1500명대로 늘었다. 입양을 꺼리는 사회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원가정 지원이 먼저라는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를 포기하는 가정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입양 활성화가 아니라 양육 지원이다. 프랑스는 원가정 복귀율이 70%에 달한다. 한국은 20%에 불과하다.
입양 가정 사후 관리도 빈틈이 많다. 정부는 입양 후 1년간 4회 방문 상담을 의무화했지만, 실제로는 형식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양 아동 학대 사건이 매년 10건 이상 발생하는 이유다. 미국은 입양 후 5년간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정부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입양 관련 예산은 85억원이다. 보호대상아동 1명당 530만원꼴이다.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제도를 아무리 정비해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입양이 최선'이라는 전제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동 최우선 원칙에 따르면 원가정 보호가 우선이고, 그다음이 친인척 보호, 가정위탁, 입양 순이다. 시설 보호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시설 의존도가 50%를 넘는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입양 제도 개선안은 분명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1583명의 시설 아동이 진짜 필요로 하는 건 따로 있을지 모른다.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가족과 헤어지지 않도록 막는 게 더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