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뮈니케제조업/에너지

빚더미 배터리 기업들, 연봉부터 깎는다

맥락국내 배터리 3사가 대표이사부터 임직원까지 보수 삭감 단행
기사 듣기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 37층 LG에너지솔루션 임원 회의실. 지난 10월 말, 권영수 대표이사가 임원들 앞에서 내년도 보수 동결안에 서명했다. 국내 배터리 1위 기업 수장의 연봉이 15억 7200만원에서 멈춘 것이다.

K배터리가 무너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까지 국내 3대 배터리 기업 모두 적자에 빠졌다. 전기차 시장 성장이 예상보다 느리고,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다. 3분기 누적 영업손실만 SK온 1조 2000억원, 삼성SDI 2900억원에 이른다.

이들 기업이 꺼낸 카드는 '임직원 보수 삭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대표이사부터 시작했다. SK온은 전 직원 성과급을 없앴고, 삼성SDI도 임원 급여 동결에 들어갔다. 일부 협력업체는 인력 감축까지 시작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2022년 35%였던 시장 점유율이 올해 26%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 CATL과 BYD는 점유율을 50% 넘게 끌어올렸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다.

배터리 산업 구조조정은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직격탄이 된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 협력업체 직원 3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다. SK온 서산공장도 가동률이 30%대로 떨어지면서 비정규직 계약 연장이 중단됐다.

정부는 뒤늦게 지원책을 내놨지만 역부족이다. 산업부가 발표한 '첨단산업 금융지원 프로그램' 15조원 중 배터리 부문은 2조원에 불과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7500달러, 중국의 배터리 기업 직접 지원금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기술 격차로 버티든, 원가 절감으로 승부하든 결정해야 한다. 다만 인건비 삭감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중국 기업과의 제조 원가 격차가 30%가 넘는 상황에서, 연봉 10~20% 깎기로는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배터리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이다. 전기차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동 항공기까지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지금의 적자를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다. 업계에서는 2025년까지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그때까지 살아남지 못하면, K배터리의 미래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