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폭염과 폭우가 한반도를 덮쳤다. 정부가 내놓은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는 극단적 기상현상이 더는 예외가 아닌 일상이 됐음을 보여준다. 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는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진단이다.
보고서가 담은 숫자들은 충격적이다. 지난해 국내 폭염일수는 평년(9.8일)의 두 배에 달했고, 시간당 50mm 이상 집중호우 발생 빈도는 1980년대 대비 3배 증가했다. 봄철 대형산불은 10년 전보다 발생 면적이 5배 늘었다. 기후변화가 추상적 위협에서 구체적 재난으로 전환됐다는 신호다.
국제 비교는 한국의 취약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OECD 38개국 중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성과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감축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독일(35%), 영국(42%)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 대응이 여전히 '측정과 보고'에 그친다는 점이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가 기상청과 함께 보고서를 발간했지만, 구체적인 감축 로드맵이나 재난 대비 인프라 투자 계획은 빠져 있다. 탄소중립 예산은 올해 4조 8000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0.7%에 불과하다.
실제 피해는 서민층에 집중된다. 지난 여름 폭우로 반지하 주택 침수 피해가 속출했고, 폭염에는 쪽방촌 거주자들이 가장 먼저 쓰러졌다. 기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취약계층 지원책은 에어컨 전기료 할인 같은 단기 처방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가 기후재난 대응의 골든타임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산업계 부담을 우려해 강력한 규제를 주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8%대에 정체됐고, 석탄발전소 폐쇄 일정도 계속 미뤄진다.
기후위기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문제가 됐다. 보고서 발간과 위원회 설치만으로는 폭염에 쓰러지는 시민을 구할 수 없다. 측정을 넘어 행동으로, 진단을 넘어 처방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