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부터 시작된 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 인력 현황을 조사했다. 12월 31일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여성 연구원 비율은 23.7%에 그쳤다. 4명 중 1명도 안 되는 셈이다.
이 수치는 정부가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목표치의 절반 수준이다. 과기정통부는 제4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기본계획에서 여성 연구원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증가 속도로는 목표 달성이 요원해 보인다.
그나마 희망적인 대목은 신규 채용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새로 뽑은 연구원 3명 중 1명(33.2%)은 여성이었다. 전체 재직자 비율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다.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여성 채용이 늘고 있다는 신호다.
문제는 민간 기업이다. 대학(36.8%)이나 공공연구기관(29.4%)과 달리, 기업 연구소의 여성 비율은 20.1%에 머물렀다. 삼성전자, LG화학 같은 대기업 연구소일수록 남성 편중이 심하다. 전체 R&D 인력의 70% 이상이 기업에 몸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간 부문의 변화 없이는 전체 판도를 바꾸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OECD 회원국의 여성 연구원 비율은 평균 33.8%다. 한국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스웨덴(40.2%), 노르웨이(39.6%) 같은 북유럽 국가는 이미 40%에 육박한다.
정부는 여성 과학기술인 지원 예산을 매년 늘리고 있다. 2024년에는 1,523억 원을 투입했다. 경력단절 여성 연구원 복귀 프로그램, 육아휴직 대체인력 지원금 등이 주요 사업이다. 하지만 예산 증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공계 전공 여학생 비율(28.3%) 자체가 낮은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관은 "여성 연구원이 늘어나는 추세는 확실하다"며 "다만 속도가 문제"라고 인정했다. 2030년 50%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4%포인트씩 올려야 하는데, 최근 3년간 연평균 증가폭은 0.7%포인트에 그쳤다.
한국의 R&D 투자 규모는 GDP 대비 4.93%로 세계 2위다. 투자는 늘었지만 인력 구성은 여전히 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 인공지능, 바이오 등 미래 산업의 혁신을 이끌 인재 절반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024년 12월 3일, 관련 단체이 서울에서 주최한 이번 행사는 최근 급변하는 정치·사회적 환경 속에서 시의적절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가자들은 현재의 상황이 과거 어느 때보다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연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가 지속적인 사회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성평등 정책은 1990년대 여성부(현 여성가족부) 설립 이후 제도적 기반을 갖추기 시작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성별 격차 지수에서 한국은 2024년 기준 146개국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어 OECD 국가 중에서도 성평등 수준이 낮은 편에 속한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임금 격차, 관리직 비율 등 주요 지표에서 개선의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성평등 정책의 방향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현재 여성 연구원 비율이 목표치의 절반에 미치지 못해 정부의 개선 노력이 요구되는 시사점이 있다.
기업 연구소 등 분야별 여성 비율 격차와 증가 속도의 통계와 배경을 함께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재 추세로는 2030년 목표 달성이 어려워 보이므로 향후 정부 대응과 실제 성과 변화를 눈여겨볼 대목이다.
과학기술 분야 성평등은 단순한 공정성 문제를 넘어 국가 혁신 역량을 좌우한다. 전체 인구의 절반인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신규 채용은 33.2%로 개선되지만 기업 연구소는 20.1%에 불과하다. 이는 민간 기업의 성평등 인식이 여전히 낮고, 여성 과학기술인의 경력 지속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로 성평등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2030년 50% 목표는 실현 가능성을 잃어가고 있다. 30년간 구축한 제도적 기반이 흔들리면 현재 수준 유지조차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