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기술계에서 여성 연구개발(R&D) 인력 비율은 23.7%에 머물지만, 신규 채용에서는 33%를 차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3일 발표한 '2024년도 여성과학기술인력 활용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수치다. 전체와 신입의 격차가 9.3%포인트에 달한다는 것은 과학기술계의 성비 균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3.7%라는 숫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3.8%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일본(17.5%)보다는 높지만, 영국(40.7%), 프랑스(28.6%)와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다만 10년 전인 2014년 18.5%와 비교하면 5.2%포인트 상승했다. 연평균 0.5%포인트씩 늘어난 셈이다.
변화의 동력은 신규 채용에서 뚜렷하다. 2024년 기준 과학기술 분야 신규 채용 인력 3명 중 1명이 여성이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는 신규 채용 여성 비율이 45%를 넘어섰다. 반면 기계공학은 여전히 15% 수준에 머문다. 분야별 편차가 크다는 것은 구조적 문제가 남아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2022년부터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통해 2027년까지 여성 비율 30%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목표 달성까지 약 13년이 걸린다. 신규 채용 비율이 33%를 유지한다 해도 전체 비율이 30%에 도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실제 현장의 변화는 더 복잡하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의 경우 여성 연구원 비율이 20% 초반에서 정체되어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21.3%,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19.8% 등이다. 대학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정교수급에서 여성 비율은 15% 미만이다.
민간 기업의 상황도 엇갈린다. 삼성전자 연구개발 인력 중 여성 비율은 25%를 넘어섰지만, 중소기업은 평균 18%에 그친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여성 연구원 비율이 낮아지는 현상이 뚜렷하다.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 일·가정 양립 지원이 미흡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과학기술계의 성별 균형은 단순히 공정성의 문제만이 아니다. 다양성이 혁신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성별 다양성 상위 25% 기업의 수익성이 평균보다 21% 높다. 한국이 과학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여성 인재 활용이 필수다.
신규 채용 33%라는 수치가 앞으로도 유지된다면, 2030년대 중반에는 전체 여성 비율이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이는 현재의 여성 연구원들이 경력단절 없이 남아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결혼·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률이 여전히 30%를 웃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변화는 더 더딜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