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요금에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를 본격 도입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6일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전기요금을 다르게 부과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엔 비싸게, 한가한 시간엔 싸게 받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요금 격차를 벌리는 것이다. 밤 시간 최저요금은 kWh당 5.1원 올리지만, 여름·겨울 피크 시간대엔 최고요금 구간을 적용한다. 전력 사용 패턴을 바꿔 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비슷한 시도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진행 중이다. 영국은 2017년부터 스마트미터를 통해 30분 단위로 요금을 바꾸는 '실시간 요금제'를 운영한다. 일본도 2016년 전력 자유화 이후 시간대별 요금제가 확산했다. 다만 실제 전력 피크를 얼마나 줄였는지는 나라마다 편차가 크다.
국내에선 이번이 첫 시도는 아니다. 2013년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했지만 가입률은 1%도 안 됐다. 산업용은 1990년대부터 시행했으나 대기업 위주로만 활용됐다. 이번엔 전 계약종별로 확대한다는 점이 다르다.
실효성은 두고 봐야 한다. 한국전력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주택용 전력의 60%는 냉장고, TV 등 상시 가전이 차지한다. 시간대를 옮길 수 있는 세탁기, 식기세척기는 15%에 불과하다. 산업용도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이 대부분이라 조정 여지가 제한적이다.
요금 인상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 피크 시간대 요금이 오르면 전체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난다. 특히 출퇴근 시간과 겹치는 아침·저녁 피크타임엔 사용을 줄이기 어렵다. 결국 같은 양을 쓰고도 더 내는 가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스마트미터 보급률이 90%를 넘어 인프라는 갖춰졌다고 본다. 하지만 시간대별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앱이나 기기는 아직 부족하다. 소비자가 요금을 보고 행동을 바꾸려면 정보 접근성부터 개선해야 한다.
전력 수급 안정이라는 목표는 분명하다. 다만 요금 구조만 바꿔선 한계가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 수요반응(DR) 프로그램 강화, 분산 에너지 활성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함께 가야 한다. 요금제 개편은 시작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