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뮈니케노동·인권

사회복무요원 절반이 폭언·폭행 시달린다는데, 정부는 왜 침묵하나

맥락사회복무요원 노조, 복무 중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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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사회복무요원들이 노조를 만들고 실태조사까지 나섰을까. 답은 숫자에 있다. 복무 중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았다는 응답이 49%, 폭행이나 폭언을 당했다는 사람이 44%다. 열 명 중 네다섯 명이 일터에서 인권침해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사회복무요원 노조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다. 모욕이나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응답도 34%나 나왔다. 이들은 현역 군인도 아니고 정규직 공무원도 아닌 애매한 신분으로 2년을 보낸다. 월급은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인 68만 원. 그런데 일터에서는 '막내 직원' 취급을 받는다.

이런 일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18년 서울시 한 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이 상사의 지속적인 괴롭힘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1년에는 경기도의 한 복지시설에서 복무 중이던 요원이 시설장의 폭행으로 갈비뼈가 부러졌다. 그때마다 병무청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이들을 '병역 의무를 대체 이행하는 인력'으로만 본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국 4만 2천여 개 기관에서 행정 보조, 사회복지, 보건의료 등 공공서비스의 한 축을 담당한다. 연간 3만 명이 새로 배치되고, 현재 복무 중인 인원만 6만 명이 넘는다. 이들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공공기관이 수두룩하다.

비슷한 처지의 공익근무요원들이 2000년대 초반 처우 개선을 요구했을 때, 정부는 '군 복무의 형평성' 논리로 일축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논리다. 하지만 현역 군인들의 처우는 그동안 크게 개선됐다. 병사 월급은 2017년 21만 원에서 2025년 205만 원으로 10배 가까이 올랐다. 반면 사회복무요원은 여전히 최저임금의 절반에 묶여 있다.

노조 설립은 이들이 선택한 마지막 카드다. 개별적인 신고나 진정으로는 바뀌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군인도 2022년부터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생겼고, 공무원도 노조가 있다. 사회복무요원만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

다음 수순은 예상 가능하다. 병무청은 '병역 의무자의 노조 설립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맞설 것이다. 하지만 이미 법원은 2019년 '사회복무요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한 바 있다. 정부가 계속 외면한다면, 이들은 집단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때 가서야 '국가 안보' 운운하며 강경 대응할 텐데, 진짜 문제는 이들을 '값싼 노동력'으로만 쓰고 버리는 시스템 아닌가.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