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뮈니케기업지배구조

경영권 승계 속도전 나선 중견기업들, 상속세 개편 앞두고 지분 확대 급물살

맥락심팩 최민찬 부사장 자사주 1만9000주 매입으로 지분율 21.31%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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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이 장중 거래를 알리는 숫자들로 빼곡하다. 이곳에서 매일 수천 건의 주식 거래가 이뤄지지만, 최근 눈에 띄는 움직임이 있다. 중견기업 오너 2세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심팩(SIMPAC) 최민찬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자사주 1만9000주를 추가 매입했다. 이로써 그의 지분율은 21.31%로 올라섰다. 단순한 투자가 아니다. 상속세 개편을 앞두고 중견기업 후계자들이 경영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와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추진 중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최대주주 지분에 최대 30% 할증이 붙는다. 지분율 20%만 넘어도 세금 폭탄을 맞는 구조다. 하지만 개편안이 통과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한국거래소 공시 자료를 분석하면 패턴이 보인다. 2024년 하반기부터 중견기업 특수관계인의 자사주 매입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특히 지분율 15~25% 구간에서 추가 매입이 집중됐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이를 '승계 골든타임'으로 본다. 세법 개정 전에 지분을 늘려놓으면 향후 상속·증여 시 세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최민찬 부사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심팩은 프레스 장비 제조업체로 연매출 3000억원대 중견기업이다.

비슷한 움직임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제조업뿐 아니라 유통, IT 분야 중견기업에서도 2세 경영인들의 지분 확대가 이어진다.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시가총액 1000억~1조원 구간 기업의 30%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현금 유동성을 떨어뜨린다. 신규 투자나 연구개발에 쓸 자금이 경영권 방어에 묶이는 셈이다. 일부 기업은 배당을 줄이거나 투자 계획을 축소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상속세 랠리'라고 부른다. 세제 개편 기대감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견기업 주식이 대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야당은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법 개정 여부와 관계없이 지분 구조 재편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 중견기업의 70%가 창업 1세대 경영인이 60대 이상이다. 향후 10년 내 대규모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 이들에게 상속세는 기업 존속을 좌우하는 문제다. 최민찬 부사장의 자사주 매입도 이런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다만 경영권 승계에만 몰두하다 기업 경쟁력을 놓치면 본말전도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자금을 경영권 방어에만 쓸 수는 없다. 정부의 세제 개편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의 균형 잡힌 자본 운용이 더 시급해 보인다.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