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유엔 3대 이사회를 모두 거머쥐었다. 유엔 창설 80주년인 2025년, 안전보장이사회와 경제사회이사회, 인권이사회 이사국 지위를 동시에 차지한 것이다. 외교부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자평한다. 그런데 정작 국내 인권 현실은 어떨까.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한 조사가 눈길을 끈다. 특정 지역 주민들의 정신건강을 조사했더니 10명 중 9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었다.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이 된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이 유엔 3대 이사회에 모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은 2024-2025년 임기로 선출됐고, 경제사회이사회는 2023-2025년, 인권이사회는 2025-2027년 임기다. 특히 인권이사회는 작년 10월 선거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5개 의석 중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런 성과 뒤에는 그동안 한국이 쌓아온 외교적 노력이 있다. 개발도상국 지원을 늘리고 국제기구 분담금도 꾸준히 냈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인권을 논할 자격이 있으려면 국내 인권 상황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들은 자국 내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를 받는다. 이사국 지위를 유지하려면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은 2023년 4차 UPR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군대 내 인권 개선, 이주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권고받았다.
인권 전문가들은 이사국 지위가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인권 상황을 더 엄격하게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불거진 여러 인권 이슈들이 국제적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06-2008년 인권이사회 초대 이사국이었던 한국은 당시 촛불집회 과잉진압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2013-2015년 재선 때는 세월호 참사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이번 이사국 진출을 계기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남북 인권을 대립 구도로 몰아가기보다 한반도 전체의 인권 증진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47개국으로 구성되며, 이사국은 3년 임기로 활동한다. 주요 임무는 인권 침해 상황 조사, 인권 증진 방안 권고, 국가별 인권 상황 정례검토 등이다. 한국은 앞으로 3년간 이런 활동에 참여하며 국제 인권 규범을 만들어간다.
문제는 말과 행동의 일치다. 국제무대에서 인권을 외치면서 국내에서는 인권을 후퇴시킨다면 신뢰를 잃는다. 이미 국제 인권단체들은 한국의 집회시위 자유 제한, 노동권 침해, 난민 보호 미흡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사국 지위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다. 한국이 진정한 인권 선진국이 되려면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큼 국내 인권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 유엔 3대 이사회 동시 진출이라는 성과가 빛을 발하려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