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반도체 부품 유통업체 사무실. 직원들이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재고 현황을 점검한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쌓여있던 메모리 반도체가 지금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글로벌 AI 서버 시장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성장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025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수급 불균형이 이미 현실이 됐다. 기업들이 비축해둔 메모리 재고가 AI 데이터센터 구축 러시에 순식간에 소진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국내 메모리 산업은 이번 변화의 최대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AI 서버 한 대당 기존 서버 대비 10배 이상의 메모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수요 폭증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매 생태계도 급변했다. 과거에는 PC와 스마트폰 제조사가 주요 고객이었지만, 이제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직접 대량 구매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구매력은 기존 고객사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중소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은 메모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격 상승으로 제품 원가가 올라가면서 최종 소비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가데이터처를 통해 반도체 산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국가 전략 물자로 부상하면서 수출 규제나 공급망 재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I 시대가 만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질서. 한국 기업들에게는 기회지만, 공급망 전체로 보면 불안 요소도 적지 않다.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기업들의 재고 관리와 가격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