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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트 지붕 실태조사 다시 시작... 전국에 아직 130만동 남아

맥락환경부, 전국 지자체 슬레이트 건축물 실태조사 실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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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가 석면 슬레이트 지붕 실태조사를 다시 시작한다. 환경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 지자체가 잔여 슬레이트 건축물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17일 밝혔다. 정부는 2011년부터 슬레이트 철거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14년이 지난 지금도 전국에 130만동이 넘는 슬레이트 건축물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누락 건축물 발굴'이다. 그동안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슬레이트 건물들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수조사에서는 기존 통계에 잡히지 않았던 슬레이트 건물 8만여 동이 추가로 발견됐다. 농촌 지역 빈집이나 축사, 창고 등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슬레이트 사용량은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1960~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초가지붕을 대체하는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슬레이트는 전국 농촌 지역에 집중적으로 보급됐다. 당시 연간 200만 톤씩 사용했던 슬레이트 총량은 2,000만 톤에 달한다. 일본의 10배, 독일의 20배 수준이다.

문제는 철거 속도다. 정부는 2011년부터 가구당 최대 352만원을 지원하며 슬레이트 철거를 독려했다. 지난 14년간 62만동을 철거했지만, 연평균 4만 4천동 수준에 그쳤다. 이 속도라면 남은 130만동을 모두 철거하는 데 30년이 더 걸린다. 2040년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철거가 더딘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지원금이 실제 철거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100㎡ 규모 주택 철거에 평균 700만원이 드는데, 정부 지원금은 352만원뿐이다. 둘째, 슬레이트 건물 소유주 대부분이 고령 농민이다. 추가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다. 셋째, 빈집이나 방치된 축사는 소유주조차 찾기 어렵다.

석면 노출 위험도 여전하다. 슬레이트는 시멘트에 석면을 10~15% 섞어 만든다. 설치 후 30년이 지나면 표면이 갈라지고 석면 섬유가 공기 중으로 날린다. 국내 슬레이트 건물 90% 이상이 설치된 지 40년을 넘었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슬레이트 밀집 지역 주민의 석면 노출량은 도시 지역의 3배에 달한다.

정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정확한 잔여 물량을 파악한 뒤 지원 대책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환경단체들은 지원금을 현실화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빈집이나 무주 건물은 지자체가 직접 철거하는 '직권 철거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결국 핵심은 예산이다. 남은 130만동을 모두 철거하려면 최소 9조원이 필요하다. 현재 연간 슬레이트 철거 예산은 800억원 수준이다. 정부가 2040년까지 '슬레이트 제로'를 달성하려면 예산을 지금의 10배 이상 늘려야 한다. 14년째 제자리걸음인 슬레이트 철거 사업이 이번 실태조사를 계기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