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일이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했다. 2025년 4분기 가계부채 통계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3.2%로, 2024년 같은 기간 5.8%보다 크게 낮아졌다.
문제는 전체 수치 속에 숨은 세부 내용이다. 20~30대 청년층 가계부채는 오히려 8.7% 늘었다. 40대 이상은 2.1% 증가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청년층이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청년층은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이 전체의 62%를 차지한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2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월급 300만원 받는 직장인이 집을 사려면 대출 없이는 불가능하다. 금리가 3.5%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원금 상환 부담까지 더하면 매달 150만원 이상을 갚아야 한다.
정부는 청년 전용 대출 상품을 늘리고 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청년층에게는 예외를 적용한다. 하지만 이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대출을 받기 쉽게 만들어봐야 빚이 늘어날 뿐이다.
OECD 평균과 비교하면 한국의 상황이 더 선명해진다. OECD 국가들의 평균 가계부채 비율은 GDP 대비 72%인데, 한국은 106%에 달한다. 특히 청년층 부채 증가율은 OECD 평균(3.1%)의 거의 3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2026년 상반기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출 수요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년층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택 공급 확대와 일자리 질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대출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