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곳곳에서 오피스빌딩이 호텔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업용 건물의 용도변경 신청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늘었다. 특히 오피스에서 호텔로 전환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은 탓이다. 서울 도심 주요 업무지구의 공실률은 2020년 5%대에서 현재 12%까지 올랐다. 반면 해외 관광객이 돌아오면서 호텔 객실 가동률은 70%를 넘어섰다.
건물주들이 용도변경에 나서는 또 다른 이유는 수익성 차이다. 오피스 임대료는 3년째 제자리걸음인 반면, 호텔 객실료는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강남 일대 중형 오피스빌딩의 경우 호텔로 전환하면 연간 수익이 20~30%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상업지역 내 용도변경 절차를 간소화했다. 기존에는 6개월 이상 걸리던 인허가 기간이 3개월로 단축됐다. 서울시도 도심 공동화를 막기 위해 오피스빌딩의 숙박시설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실제로 종로구의 한 20층 규모 오피스빌딩은 지난달 비즈니스호텔로 용도변경 허가를 받았다. 이 건물은 공실률이 40%를 넘어서면서 2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건물주는 150억원을 투자해 내년 상반기까지 리모델링을 마칠 계획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다만 무분별한 용도변경이 또 다른 공급과잉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0년대 초반 주상복합 열풍이 불었다가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용도변경이 늘면서 건설업계도 바빠졌다. 대형 건설사들은 리모델링 전문 부서를 신설하고 있다. 중소 인테리어 업체들도 호텔 전환 공사 수주에 뛰어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축 공사가 줄어든 상황에서 용도변경 리모델링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오피스와 호텔은 요구되는 시설 기준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소방·안전 설비를 전면 교체해야 해서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주차장 확보도 걸림돌이다. 호텔은 오피스보다 더 많은 주차 공간이 필요한데, 기존 건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런 변화는 도시 풍경도 바꾸고 있다. 업무지구였던 곳이 숙박·관광 중심지로 탈바꿈하면서 주변 상권도 달라진다. 직장인 대상 식당들이 문을 닫는 대신 24시간 편의점과 카페가 늘고 있다. 한 상인은 "낮에만 붐비던 거리가 밤에도 활기를 띠게 됐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