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뮈니케ESG·지속가능경영

ESG 보고서는 늘어나는데, 중소기업은 부담만 커진다

맥락EU, 중소기업용 간소화 ESG 보고 기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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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은 앞다퉈 ESG 보고서를 발간하며 지속가능경영을 홍보하는데, 정작 협력업체인 중소기업들은 보고서 작성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한경ESG가 2월호에서 다룬 EU의 새로운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이 주목받는 이유다.

EU는 최근 중소기업용 간소화 보고 기준을 마련했다. 기존 대기업 기준으로는 1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매년 작성해야 했지만, 새 기준은 핵심 지표만 담아 20~30페이지로 줄였다. 보고 항목도 온실가스 배출량, 근로자 안전, 거버넌스 구조 등 필수 요소로 압축했다.

한국 상황은 어떨까. 대기업 협력사 10곳 중 7곳이 ESG 평가 요구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협력사는 180개 항목, 현대차는 150개 항목을 작성해야 한다. 연 매출 100억 원 규모 중소기업이 ESG 보고서 작성에 쓰는 비용은 평균 3천만 원. 매출의 0.3%를 보고서에 쏟아붓는 셈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ESG 평가를 받은 중소기업 중 실제 경영 개선으로 이어진 곳은 23%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형식적 보고'에 그쳤다고 답했다. 평가 항목이 제조업 중심이라 서비스업체들은 더욱 곤란하다. IT 솔루션 기업이 '용수 사용량'을 보고해야 하는 식이다.

정부는 올해 중소기업 ESG 지원 예산을 전년 대비 40% 늘려 280억 원을 편성했다. 컨설팅 바우처, 인증 비용 지원이 주 내용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컨설팅보다 평가 항목 자체를 줄여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ESG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애플은 2030년까지 전 공급망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폭스바겐은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했다. 한국 중소기업들도 이 흐름을 피할 수 없다.

진짜 필요한 건 보고서 매수가 아니라 실질적 변화다. EU처럼 중소기업 현실에 맞는 간소화 기준을 만들고,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ESG가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아닌, 경쟁력을 높이는 도구가 되려면 말이다.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