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핀테크 시장은 회복세로 돌아섰는데, 한국 핀테크 기업들은 아직도 투자 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정KPMG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핀테크 투자 규모가 3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인공지능(AI) 기술과 디지털 자산 분야가 투자를 이끌면서 침체기를 벗어난 것이다.
숫자로 보면 회복 신호가 뚜렷하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급격히 줄어들었던 투자금이 지난해 들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AI를 활용한 금융 서비스와 암호화폐 관련 기술에 자금이 몰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핀테크 기업들이 수백억 원대 투자를 유치하는 사례가 늘었다.
한국 상황은 정반대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투자는 2023년에 이어 지난해도 계속 줄었다. 금융위원회 자료를 보면 2022년 1조 2000억 원이었던 국내 핀테크 투자 규모가 2023년 7000억 원대로 떨어진 뒤 지난해도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글로벌 시장이 살아나는 동안 한국만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전문가들은 규제 환경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는다. 미국이나 싱가포르는 핀테크 기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시험해볼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운영한다. 반면 한국은 금융 규제가 까다로워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투자자들의 태도도 다르다. 해외에서는 AI와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에 과감히 베팅하는 반면, 한국 투자자들은 당장 수익이 나는 기업을 선호한다. 실제로 국내에서 투자받은 핀테크 기업 대부분이 간편결제나 송금 서비스처럼 이미 검증된 사업 모델을 가진 곳들이다.
정부도 이런 격차를 인식하고 있다. 금융위는 올해 핀테크 육성 예산을 전년보다 20% 늘렸다. 규제 개선 방안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과의 격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한국 핀테크가 글로벌 흐름을 따라잡으려면 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규제를 풀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투자 생태계 전반을 바꾸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안전한 길만 가다가는 세계 시장에서 완전히 뒤처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