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 사무실에는 요즘 상법 개정안 관련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기업들이 3월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자기주식 공시 규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기업이 자기 회사 주식을 사고팔 때 투자자들에게 더 자세히 알려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자기주식을 취득하거나 처분할 때 대략적인 내용만 공시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거래 목적과 방법, 가격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특히 경영진이 자기주식을 활용해 지분율을 조정하는 행위를 투명하게 드러내도록 했다.
자기주식 거래가 왜 중요한지는 최근 심팩(SIMPAC)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최민찬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17일 자사 주식 1만 9000주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21.31%로 높였다. 이런 거래는 회사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주가 움직임을 좌우할 수 있다. 문제는 그동안 이런 정보가 제때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일반 투자자들이 불이익을 봤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자기주식 거래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이 자기주식을 매입할 때 일일 거래량과 평균 매입가격을 분기별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일본도 자기주식 취득 후 즉시 공시하고 월별 실적을 별도로 보고하도록 한다. 한국이 이제야 국제 기준에 맞춰가는 셈이다.
새 규정이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기주식 거래 자체를 막는 게 아니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보 공개가 늘어나면 시장의 신뢰가 높아져 장기적으로는 기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기 시세 조작이나 내부자 거래를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소기업들은 공시 업무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과 달리 전담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새로운 공시 규정을 따르기 위해 추가 비용을 들여야 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시 시스템을 개선하고 기업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투자자들이 알아둬야 할 점은 자기주식 공시를 통해 기업의 실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주식 매입은 주가 부양 목적일 수도 있고, 스톡옵션 지급이나 인수합병 대비용일 수도 있다. 처분 시점과 방법을 보면 경영진이 회사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이런 정보가 더 빨리, 더 정확하게 공개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