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경영 부실에 빠진 MG손해보험의 보험계약을 다른 보험사로 옮기는 계약이전 절차를 본격 추진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말 발표한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자본 잠식률이 50%를 넘는 보험사는 당국 주도로 계약이전을 명령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MG손보 하나만을 겨냥한 게 아니다. KB금융이 건전성 회복을 그룹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당국은 부실 금융사 정리를 통해 시장 전체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MG손보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자본 잠식률이 72%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시한부 보험사'라는 평가가 나돌았지만, 당국이 직접 칼을 빼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계약이전이 현실화되면 MG손보가 보유한 300만 건의 보험계약이 건전한 보험사로 넘어간다.
문제는 누가 이 계약을 떠안느냐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와 DB손보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지만, 두 회사 모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부실 계약을 인수하면 자사 건전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계약이전 명령권 외에도 여러 당근책을 준비했다. 인수 보험사에는 5년간 자본규제를 완화해주고, 세제 혜택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독이 든 사과를 억지로 먹이는 격"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실제로 2010년 그린손보가 부실화됐을 때도 계약이전은 쉽지 않았다. 당시에는 동부화재(현 DB손보)가 정부 압력에 못 이겨 인수했지만, 이후 10년간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다.
이번 MG손보 사태는 보험업계 전체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판매한 고금리 상품들이 시한폭탄처럼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 ABL생명 등도 자본 적정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 자율에만 맡겨둘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필요하면 추가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보험 계약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자신의 보험이 어느 회사로 넘어갈지, 보장 내용은 그대로 유지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누가 손해를 감수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정부는 시장 안정을, 보험사들은 수익성을, 계약자들은 보장 유지를 원한다.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