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한국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이 화두가 될까. OECD가 최근 발표한 '2025 기후금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탄소중립 투자 비중은 조사 대상 38개국 중 34위를 기록했다. 전체 설비투자 대비 탄소저감 투자 비중이 2.8%에 그쳐 OECD 평균 11.2%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는 단순히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2025년 기후환경 R&D에 책정한 예산은 1조 247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체 R&D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로 주요국 평균인 8~10%에 한참 못 미친다. 미국이 기후기술에 3,690억 달러를 투입하고 EU가 그린딜에 1조 유로를 쏟아붓는 것과 대조적이다.
구조적 문제는 더 깊다. 한국 제조업의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는 OECD 평균보다 2.3배 높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이 전체 산업 배출량의 77%를 차지한다. 이들 업종의 매출 비중은 GDP의 12%에 달해 전환 비용이 막대하다는 게 산업계 주장이다.
정부는 탄소중립 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산업 부문 배출량을 14.5%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지원책은 부족하다. 탄소중립 설비 투자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3%, 중견기업 5%로 일반 설비투자와 같은 수준이다. 반면 일본은 탄소중립 투자에 최대 10%, 미국은 IRA를 통해 30%까지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기업들의 소극적 대응도 문제다. 국내 상장사 중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기업은 87개사로 전체의 4.2%에 불과하다. RE100에 가입한 한국 기업은 34개로 일본(84개), 중국(97개)보다 적다. 전경련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68%가 '투자 대비 수익성 불확실'을 탄소중립 투자의 최대 걸림돌로 꼽았다.
다만 변화의 조짐도 있다. SK그룹이 2025년까지 탄소저감에 6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에 4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에 7조원을 투자한다.
전문가들은 탄소국경세 시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U는 2026년부터 철강, 시멘트, 전력 등에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을 본격 적용한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로 인한 국내 기업 부담액이 연간 1조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한국이 탄소중립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기업의 선제적 투자가 동시에 필요하다. 문제는 양쪽 모두 '상대방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2050 탄소중립까지 남은 시간은 25년. 한국은 언제까지 OECD 꼴찌 수준에 머물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