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한국은행이 지급결제보고서를 발간했을까. 글로벌 금융시장이 실물자산 토큰화(RWA)로 급변하는 시점, 한국의 결제 인프라는 여전히 과거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21일 공개한 '2024년 지급결제보고서'는 국내 전자결제 거래액이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OECD 평균 증가율 18%와 비교하면 여전히 뒤처진 수준이다. 특히 비현금 결제 비중은 OECD 35개국 중 23위에 그쳤다.
보고서가 주목한 건 세대별 격차다. 20~30대의 모바일 간편결제 이용률은 87%에 달했지만, 60대 이상은 34%에 불과했다. 소득 수준별로도 월 6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디지털 결제 이용률이 저소득층보다 2.3배 높았다.
국제 비교는 더 암울하다. 싱가포르는 이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시범사업을 완료했고, 일본은 내년 본격 도입을 앞두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기초 연구 단계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아시아 주요국 중 한국의 디지털 금융 인프라 순위를 8위로 평가했다.
정부는 올해 4월부터 디지털 금융 혁신 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금융위원회는 블록체인 기반 증권 거래 플랫폼 구축에 1,2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규제 개선 없는 인프라 투자는 반쪽짜리"라고 지적한다.
OECD가 최근 발표한 RWA 성장 장애요인 8가지 중 한국이 해당하는 항목은 6개나 됐다. 특히 '규제 불확실성'과 '기술 표준 부재'가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다. 글로벌 RWA 시장이 2030년 16조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이 이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단순히 기술 도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적 보완이 필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포용 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디지털 전환 속도는 빨라지는데, 그 혜택은 특정 계층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게 이번 보고서가 던진 핵심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