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뮈니케경제·사회

한국 화장품은 해외로 날개 달았는데, 국내 육아 현실은 여전히 무거워

맥락1분기 화장품 해외직판 4,145억원 vs 영유아 보육비 월 4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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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화장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열풍을 타고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아이 키우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두 가지 조사 결과가 이런 극명한 대조를 보여준다.

통계청이 5월 초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화장품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이 4,14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144억원과 비교하면 31.8% 늘어난 수치다. K-뷰티가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까지 진출하면서 온라인 수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교육부가 같은 시기 발표한 2024 보육실태조사 결과는 암울하다. 영유아 가정의 월평균 보육비 부담은 48만원으로 3년 전보다 15% 증가했다. 특히 맞벌이 가정의 경우 민간 보육 서비스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월 100만원을 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격차는 우연이 아니다. 화장품 산업은 정부의 수출 지원 정책과 기업들의 디지털 마케팅이 맞아떨어지면서 해외 판로를 빠르게 확대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국경을 넘는 직구가 보편화됐고, 한류 콘텐츠가 K-뷰티 인지도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육아 정책은 정반대다. 정부가 보육료 지원을 늘렸다고 발표하지만, 실제 부모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줄지 않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속도는 더디고, 민간 시설의 보육료는 계속 오른다. 무상보육이라는 이름과 달리 특별활동비, 간식비 등 추가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다.

OECD 평균과 비교하면 더 뚜렷하다. 한국의 화장품 수출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지만, GDP 대비 가족 지원 예산 비중은 1.4%로 OECD 평균 2.1%에 한참 못 미친다. 프랑스(2.9%)나 스웨덴(3.4%)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균형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화장품 산업이 아무리 성장해도, 미래 소비자가 될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으면 내수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출산율 하락으로 영유아 관련 산업 규모는 최근 3년간 20% 이상 줄어들었다.

정부는 육아 부담 완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수출 기업 지원처럼 즉각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어려운 육아 정책이 얼마나 우선순위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한국 사회가 직면한 선택은 명확하다. 당장의 수출 실적에만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를 늘릴 것인가. 화장품이 잘 팔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화장품을 쓸 다음 세대가 태어나고 자라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더 중요하다.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