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시작된 일이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젠테가 전체 직원의 절반 가까이를 정리해고하기 시작했다. 한때 '한국의 파페치'를 꿈꿨던 이 회사가 창업 5년 만에 생존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젠테는 2020년 설립 이후 누적 8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카카오벤처스,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국내 주요 벤처캐피털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2022년에는 시리즈B 투자로 500억원을 조달하며 유니콘 기업 진입을 노렸다.
그러나 시장 환경이 급변했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럭셔리 시장이 위축됐고, 명품 소비도 줄었다. 무엇보다 해외 경쟁사들이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영국의 파페치는 한국어 서비스를 강화했고, 이탈리아 유크스넷도 K-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늘렸다.
젠테의 매출은 2023년 300억원에서 2024년 25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200억원에서 350억원으로 늘어났다. 투자금으로 버티던 회사가 현금이 바닥나기 시작한 것이다.
비슷한 처지의 스타트업이 젠테만은 아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작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중고 명품 플랫폼 구구스는 아예 사업을 접었다.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돈 먹는 하마'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젠테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연간 인건비 100억원을 절감할 계획이다. 남은 직원들은 수익성 높은 VIP 고객 관리와 위탁판매 사업에 집중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회의적이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핵심인데, 인력을 줄이면 서비스 품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리해고된 직원들은 대부분 20~30대 청년들이다. IT 개발자, 마케터, MD(상품기획자) 등 전문 인력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위축되면서 이들이 갈 곳도 마땅치 않다. 한국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타트업 고용은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젠테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회사는 올해 안에 추가 투자 유치나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자 시장이 여전히 얼어붙어 있고, 인수 희망 기업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스타트업 버블이 꺼지면서 '유니콘의 꿈'은 '생존의 현실'로 바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