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회복무요원들은 폭행과 폭언을 참아야만 할까. 최근 공개된 설문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응답자 절반이 복무 중 부당한 지시를 받았고, 44%는 폭행이나 폭언을 경험했다. 모욕과 명예훼손을 당한 사람도 34%나 됐다.
문제는 이들이 마땅히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일반 직장인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부당한 대우에 맞서지만, 사회복무요원들에게는 그런 권리가 없다. 병역법상 '군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공기관이나 복지시설에서 민간인들과 똑같이 일한다.
이런 모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8년 한 사회복무요원의 연봉이 27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정부는 처우 개선을 약속했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다.
비슷한 처지의 집단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의사들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섰고, 일부 노조들은 준법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심지어 현대제철 같은 대기업에서도 노사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조는 필요하다면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열악한 처우를 받는 사회복무요원들은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개인이 부당한 대우를 신고해도 '군기 문란'으로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복무 기간이 끝나면 흩어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문제 제기도 어렵다.
해외 사례를 보면 대안은 있다. 독일의 대체복무자들은 노동법 적용을 받으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대만도 대체복무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별도 기구를 운영한다.
3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매년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한다. 이들의 노동권을 계속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에 맞게 제도를 바꿀 것인가. 선택의 시간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