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들이 러브콜을 보내던 영국 최대 상하수도 기업 템즈워터가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반면 한국수자원공사는 올해 해외사업 수주 목표를 전년 대비 3배 늘린 15억 달러로 잡고 공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템즈워터는 런던과 템즈밸리 지역 1,600만 명에게 상하수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 최대 규모 물 기업이다. 시가총액 200억 파운드(약 33조원)에 달하는 이 회사가 최근 급격히 재무 상황이 악화됐다. 부채 규모가 160억 파운드를 넘어서면서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 수준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인프라 투자 부족이다. 영국 정부는 1989년 민영화 이후 35년간 물 기업들이 주주 배당에만 치중하고 노후 인프라 개선은 외면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템즈워터는 지난 10년간 배당금으로 72억 파운드를 지급했지만, 같은 기간 누수율은 25%에서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K-water로 불리는 한국수자원공사는 정부 지분 91.8%의 공기업이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댐 건설과 정수장 운영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양국의 물 산업이 정반대 길을 걷게 된 배경에는 소유구조 차이가 있다. 영국은 민영화로 효율성은 높였지만 공공성을 잃었다. 한국은 공기업 체제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성장 동력 확보가 숙제였다.
물 산업 전문가들은 양극단 모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민영화한 영국은 공공재인 물을 수익 창출 도구로만 봤고, 공기업 중심인 한국은 혁신과 효율성 제고에 뒤처졌다는 평가다.
글로벌 물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7,000억 달러에 달한다. 기후변화로 물 부족 국가가 늘면서 2030년에는 1조 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인프라 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에게는 기회다. 템즈워터 사태로 민영화 모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공기업과 민간이 협력하는 한국식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수자원공사는 민간 건설사, 엔지니어링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
다만 리스크도 있다. 해외 사업은 환율 변동, 정치적 불안정, 현지 규제 등 변수가 많다. 수자원공사가 2012년 태국 정수장 사업에서 300억원 손실을 본 전례도 있다. 무리한 해외 진출이 제2의 템즈워터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물은 인류 생존의 필수재다. 민영화냐 공영화냐는 이분법을 넘어, 지속가능한 운영 모델을 찾는 게 과제다. 템즈워터의 실패는 주주 이익만 좇다가 공공성을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준다. 한국 물 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때 새겨야 할 교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