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들은 원유 생산을 늘리기 시작했는데, 한국 정유업계는 오히려 수익성 악화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제 원유 시장의 공급 확대가 정제업 마진을 압박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OPEC+ 회원국들이 3년간의 감산 정책을 끝내고 증산으로 돌아섰다. UAE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은 2025년부터 원유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있다. 특히 UAE는 석유산업 고도화와 함께 제조업, 관광업 등으로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면서도 원유 생산 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원유 공급 증가가 정유사들에게 반드시 좋은 소식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안정화되면서 정제마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유업계는 2024년 하반기부터 정제마진 하락세를 겪고 있으며, 2025년 들어서도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아시아 지역 정제마진은 2024년 상반기 배럴당 8~10달러에서 2025년 6월 현재 4~5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유 공급이 늘면서 원유와 석유제품 간 가격 차이가 좁혀진 결과다. 여기에 중국의 정제능력 확대와 석유제품 수출 증가가 아시아 시장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 정유사들은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부문 비중을 높이고 있고, GS칼텍스는 바이오연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도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당장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25년 상반기 국내 4대 정유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4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OPEC+의 증산이 본격화되는 하반기에는 정제마진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공급이 늘어도 수요 증가가 따라주지 않으면 정제마진은 계속 압박받을 수밖에 없다"며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석유제품 수요 자체가 정체되고 있어 구조적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결국 UAE 같은 산유국들이 원유 증산과 산업 다각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처럼, 한국 정유사들도 기존 정제사업을 넘어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