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하계휴가 실태를 조사한 결과, 휴가비를 지급하는 기업은 전체의 4%에 그쳤다.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이 수치는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한국의 기업 복지 실태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 유럽 주요국의 경우 휴가비 지원이 단체협약에 명시되거나 법정 의무인 경우가 많다. 프랑스는 연간 급여의 10%를 휴가수당으로 지급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고, 독일도 산업별 협약을 통해 휴가비를 보장한다.
문제는 이런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2010년대 이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연평균 6%를 넘었지만, 기업의 복지 지출 증가율은 2%대에 머물렀다. 임금은 오르지만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휴가비 지원이 저조한 것은 한국 기업들이 여전히 복지를 '비용'으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생산성 향상이나 인재 유지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단기 손익에만 집중하는 경영 관행이 바뀌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당장 인건비 부담도 큰데 휴가비까지 줄 여력이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정부의 정책 대응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고용노동부는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인증제를 운영하며 휴가 활성화를 유도하지만, 인증을 받는 기업은 전체의 0.1%도 안 된다. 세제 혜택이나 공공입찰 가점 같은 인센티브가 있지만, 기업들에게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한국의 노동 환경은 더욱 양극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은 다양한 복지 혜택을 늘려가는 반면,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기본적인 휴식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임금 수준뿐 아니라 삶의 질 격차가 계층 간 갈등의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