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대기업은 내부에 구조조정 전담팀을 만들고, 석유화학 업계는 정부가 나서서 합병을 유도한다. 국내 주력 산업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모습이 뚜렷해졌다.
포스코그룹이 자산 유동화를 총괄할 '구조조정 TFT'를 신설했다. 7월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조직은 그룹 차원에서 비핵심 자산 매각과 사업 재편을 진두지휘한다. 철강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포스코가 선택한 카드는 '빠른 자산 정리'다.
반면 석유화학 업계는 기업 간 통합이 답이라고 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석유화학 구조조정 방안을 준비 중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정부가 총대를 메고 기업들의 사업부문 통합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2년 넘게 적자에 시달린 석유화학 기업들은 혼자 힘으로는 한계에 부딪혔다.
같은 '구조조정'이지만 접근법은 정반대다. 포스코는 기업 주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반면, 석유화학은 정부 개입 없이는 진전이 어렵다는 평가다. 이는 산업 특성과 직결된다. 철강은 포스코가 시장을 주도하지만, 석유화학은 롯데케미칼, LG화학, SK지오센트릭 등 여러 대기업이 경쟁하는 구조다.
구조조정의 속도도 차이가 난다. 포스코는 이미 TFT를 가동했지만, 석유화학은 아직 정부 안이 나오지도 않았다. 새 내각이 꾸려진 후에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처럼 단일 기업이 결정하면 되는 구조가 아니라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산업 모두 글로벌 경쟁력 하락이라는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 철강과 석유화학은 2000년대까지 세계 시장을 주도했지만,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증설로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2023년 기준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5%를 기록했고, 포스코도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40% 급감했다.
고용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포스코그룹은 국내에만 6만여 명이 일하고, 석유화학 산업도 직간접 고용 인원이 20만 명에 달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하다. 특히 울산, 여수, 대산 등 석유화학 단지가 밀집한 지역은 지역경제 타격이 우려된다.
산업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다만 기업이 주도하느냐, 정부가 개입하느냐에 따라 속도와 방향이 달라진다. 포스코의 자산 매각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 석유화학 통합안이 언제 나올지가 하반기 산업계 최대 관심사다.
포스코가 구조조정 전담팀을 신설하고 자산 유동화에 나서는 것은 철강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 주도의 기업 통합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는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포스코와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용 감소와 지역경제 타격이 예상돼, 이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철강과 석유화학의 구조조정은 한국 제조업 전반의 체질 개선 신호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산업들도 조만간 비슷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포항, 광양, 여수 등 산업도시들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고용 감소는 지역 상권과 부동산 시장까지 연쇄적으로 흔들 가능성이 크다.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 중재를 기다리는 상황은, 시장 자율성과 정부 개입의 경계선을 다시 그어야 한다는 신호다. 구조조정 거버넌스의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