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회의실. 2년 전만 해도 이곳은 창업주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얼룩진 공간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협력사 대표들이 미래를 논의하는 장소로 바뀌었다.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을 인수한 지 2년. 사모펀드(PEF)가 기업을 인수하면 으레 따라오는 '먹튀' 우려와 달리, 이들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대규모 구조조정 대신 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살렸고, 단기 차익 실현 대신 장기 투자로 기업 가치를 높였다.
사모펀드 업계에서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경영은 이례적이다. 통상 PEF는 부실기업을 인수한 뒤 인력을 대폭 줄이고 자산을 매각해 수익을 낸다. 하지만 한앤컴퍼니는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실적을 개선했다. 2023년 적자에서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매출도 전년 대비 15% 늘었다.
비결은 '상생'이었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인수 직후 노조와 고용안정 협약을 맺었다. 협력업체들과는 상생펀드를 조성해 자금난을 덜어줬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강화했다.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고, 직원 복지를 늘렸으며, 이사회에 사외이사 비중을 높여 투명성을 강화했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2024년 기준 운용자산 10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먹튀'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2022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애경그룹은 1년 만에 매각을 추진했고, 2023년 쌍용차를 인수한 KG그룹도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단기 수익에 급급하면 기업도 죽고 투자자도 손해를 본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 게 결국 더 큰 수익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정부도 사모펀드의 역할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PEF 운용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ESG 경영 의무를 강화했다. 사모펀드가 단순한 '기업 사냥꾼'에서 '기업 의사'로 진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만 한앤컴퍼니 모델이 모든 사모펀드에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생 경영은 단기 수익률이 낮고, 투자 회수 기간도 길다.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한앤컴퍼니의 실험은 의미가 있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파괴적 혁신'만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줬다. 직원과 협력사를 함께 데리고 가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2025년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구조조정 압력 속에서,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사례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