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뮈니케노사관계

노동계 주주권 행사 본격화…기업 지배구조 판도 바뀌나

맥락노동계가 국민연금 통한 주주권 행사로 기업 경영 개입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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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들이 국민연금을 통한 주주권 행사로 기업 경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이사회 구성과 경영 전략에까지 개입하면서 기업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장이 국민연금에 사외이사 추천을 제안한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노동·시민단체가 기업 사주들의 이사 연임을 막고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이유였다. 포스코와 CJ 같은 대기업들도 국민연금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동계의 주주 행동주의는 이미 시작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SC제일은행지부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경영진의 고액 연봉과 배당 정책을 비판했다. 외국계 은행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해외로 빼돌리면서 정작 직원들의 처우는 개선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회사가 2021년 미국에 74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노조는 즉각 성명을 냈다. 국내 고용은 줄이면서 해외 투자만 늘린다는 비판이었다. 최근에는 '노란봉투법' 제정 움직임과 맞물려 기업들의 우려가 더욱 커졌다.

이런 변화는 노조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기업의 투자 결정과 지배구조까지 문제 삼는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을 활용해 주주총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도 늘었다.

기업들은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해외 고객사 납기를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경영권까지 흔들면 사업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일부 제조업체는 노사 갈등으로 해외 바이어를 잃은 사례도 있다.

정부도 고민이 깊다. 노동계의 경영 참여 요구를 무작정 막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없는 딜레마다. 2018년부터 논의된 사회복무요원 처우 개선 문제처럼 제도 개선이 지지부진한 영역도 많다.

앞으로 이런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2025년부터 농협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노조의 경영 참여 요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주주 친화적 경영과 노사 협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 분수령에 서 있다. 노동계가 주주권을 무기로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일상화되면, 기존의 오너 중심 경영 체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다만 이것이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