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뮈니케기업 지배구조

국민연금이 대기업 사외이사 선임에 개입한다는데, 경영권 침해 아닌가

맥락금감원장이 국민연금에 포스코·CJ 사외이사 추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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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국민연금이 대기업 이사회에 직접 개입하려 할까. 금융감독원장이 국민연금에 포스코와 CJ그룹 사외이사 추천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동·시민단체가 재벌 총수의 이사 연임에 반대하고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요구한 지 수년째다. 이번엔 정부 기관이 나섰다.

경영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연금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면 경영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민간 기업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논리다. 반면 시민사회는 국민 노후자금을 맡은 연금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는 게 당연하다고 맞선다.

사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이미 시작됐다.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횟수가 늘었다. 2023년에는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 재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하지만 사외이사 추천은 차원이 다르다. 이사회 내부에 직접 사람을 보내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이미 보편화된 관행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투자 기업에 ESG 경영을 요구하며 이사회 구성에 적극 관여한다. 일본 공적연금(GPIF)도 2014년부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한국만 유독 '경영 개입'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짜 쟁점은 따로 있다. 국민연금이 추천하는 사외이사가 누구를 대변할 것인가. 가입자 1,300만 명의 이익을 우선할지, 아니면 정부 정책을 따를지가 관건이다. 금감원장의 제안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시민단체들은 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더 투명해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의결권 행사 기준을 명확히 하고, 사외이사 추천 과정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경제민주주의21은 "연금이 재벌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정치적 독립성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국민연금의 행보가 주목된다. 포스코와 CJ 외에도 삼성,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에 사외이사를 추천할 가능성이 열렸다. 내년 3월 주주총회 시즌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과연 한국 재벌 체제에 균열이 생길까,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관치가 될까.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