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시작된 일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마약중독 치료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인벤티지랩을 비롯한 여러 기업이 임상시험 준비에 들어갔고, 정부도 관련 규제를 손질하며 지원에 나섰다.
올해 디지털헬스산업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숫자가 이런 움직임을 설명한다. 정신건강 관련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작년보다 15% 성장했다. 특히 중독 치료 분야는 22% 급증했다. 전체 시장 규모는 3,200억 원에 달한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실시한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와 비교하면 변화가 뚜렷하다. 당시 약물 사용 장애 유병률은 0.2%였다. 올해는 이 수치가 0.4%로 두 배가 됐다. 인구로 환산하면 20만 명이 넘는다.
OECD 평균과 비교해도 한국의 상황은 심각하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약물 사용 장애 유병률은 0.3%다. 한국은 이미 이를 넘어섰다. 더 우려스러운 건 증가 속도다. OECD 평균 증가율이 연 5%인데, 한국은 12%를 기록했다.
제약업계가 이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기존 치료제로는 한계가 있다"며 "필요하면 추가 개발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마약중독 치료제는 3종에 불과하다.
정부 대응도 빨라졌다. 식약처는 지난 7월 마약중독 치료제 신속 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심사 기간을 기존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했다. 복지부도 내년 예산에 마약중독 치료 지원금 500억 원을 편성했다. 작년보다 3배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마약중독 치료를 받는 환자는 전체 중독자의 15%에 그친다. 나머지 85%는 치료 사각지대에 있다. 치료비 부담이 가장 큰 이유다. 현재 마약중독 치료비는 월 평균 200만 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전액 본인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산업 육성과 함께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영웅 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은 "기술 개발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보험 적용과 치료 인프라 확충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은 마약중독 치료제에 공적 보험을 적용하면서 치료율이 40%까지 올라갔다. 일본도 작년부터 단계적으로 보험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15% 치료율과는 큰 차이다.
내년이 중요한 시점이 될 전망이다. 인벤티지랩을 포함해 3개 기업이 임상 3상에 들어간다. 성공하면 2027년부터 새로운 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 다만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환자 1인당 연간 2,400만 원의 치료비를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가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