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형 에코디자인 제도 도입을 본격화한다.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과 탄소 저감을 고려하도록 기업에 의무를 부과하는 정책이다. 유럽연합(EU)이 2022년부터 시행 중인 제도를 벤치마킹했지만, 국내 제조업 현실을 반영해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는 포석이다. EU는 에코디자인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도 비슷한 규제를 검토 중이다. 한국 수출 기업들이 이미 해외에서 부딪히는 장벽을 국내에서도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다.
비슷한 시기에 도입을 추진 중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책, 재생원료 의무사용 제도와 함께 읽어야 한다. 세 제도 모두 2026~2027년 시행을 목표로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개발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재설계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실제로 영향을 받을 기업은 전자제품 제조사 약 1,200개, 플라스틱 가공업체 3,500개 등 4,700여 곳으로 추산된다. 대기업은 이미 EU 수출을 위해 준비를 시작했지만, 중소기업은 대응 역량이 부족하다. 정부는 기술 지원과 인증 비용 보조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에코디자인 인증을 받으려면 제품당 500만~2,0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재설계 비용까지 더하면 기업당 평균 1억 원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그러나 인증을 받지 못하면 공공조달 참여가 제한되고, 장기적으로는 민간 시장에서도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수출도 안 하는 기업까지 왜 규제하느냐"는 불만이 나오지만, 정부는 "국내 시장도 곧 글로벌 기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