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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부산 이전 백지화 약속, 노동계는 왜 믿지 않을까

맥락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부산 이전 백지화 약속, 노조는 천막농성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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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신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부산 이전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산업은행 노조를 비롯한 노동계는 여전히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 약속과 현장 불신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회장은 9월 16일 취임 직후 "부산 이전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이미 지난 8월부터 서울 시청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노조는 "구두 약속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문서화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은행 이전 논란은 단순한 지역 이동 문제가 아니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 2차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직원들은 가족과 생활터전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산업은행은 민간 금융회사들과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업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1차 공공기관 이전 때도 퇴직자가 속출했고, 신규 채용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노조가 신임 회장의 약속을 신뢰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정치적 변수가 있다. 2027년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뀌면 이전 계획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 교체 때마다 공공기관 정책이 뒤바뀐 전례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산업은행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다른 금융 공공기관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들 기관 노조들은 연대해서 대응하고 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에게 지방 이전은 단순한 근무지 변경이 아닌 생존권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프랑스 철도노동자들이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한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의 공공기관 이전은 대안 없는 강제 이주에 가깝다. 프랑스는 최소 2년간의 전환 기간과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지만, 한국은 이런 준비가 전무하다.

결국 문제는 신뢰다. 정부와 공공기관 경영진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듣고 대화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일방적인 발표와 번복이 반복되면서 불신만 쌓였다. 박상진 회장의 백지화 약속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법적 구속력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