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에 나서고 있을까.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유통·플랫폼 업계에서 노조 설립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쿠팡, 마켓컬리 같은 이커머스 기업부터 배달 플랫폼까지, 그동안 '간접고용'이라는 방패막 뒤에 있던 기업들이 노동자와 직접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9월 1일 더벨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원청 기업이 하청·용역 노동자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워진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협력업체 소속이지만, 실제로는 플랫폼 기업의 지시를 받아 일한다. 법이 바뀌면 이들이 플랫폼 기업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플랫폼 기업들은 벌써부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물류센터 통폐합을 검토하고, 자동화 설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노동 의존도를 줄이려는 시도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일자리 불안을 키워 노조 결성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 사례를 보면 노사 갈등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 9월 17일 현대차그룹은 추석 연휴 전 노조와의 협상 타결을 서둘렀다. 생산 차질을 우려한 결정이었다. 제조업과 달리 24시간 돌아가는 플랫폼 기업에서 파업이 일어나면 소비자 피해가 즉각 나타난다.
실제로 플랫폼 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플랫폼 종사자는 약 22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물류·배송 분야가 약 3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개인사업자나 특수고용 형태로 일해 노동법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유럽에서는 이미 비슷한 변화가 일어났다. 스페인은 2021년 배달 라이더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법을 만들었고, 영국 대법원은 우버 운전자를 노동자로 판결했다. 한국도 이런 흐름을 따라가는 중이다.
정부 입장은 신중하다. 노동부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기업과 노동계 의견을 모두 듣겠다고 했다. 반면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이 늘어 서비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노동계는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노동자들이 기본권을 찾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는 동안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렸다"며 "이제라도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플랫폼 업계 지형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노조가 생기면 임금 인상, 고용 안정 요구가 나올 것이고, 기업은 비용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플랫폼 경제의 '저비용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시민들이 알아둬야 할 점이 있다. 배달비나 배송비가 오를 수 있고, 서비스 제공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노동자가 부담했던 비용을 사회가 나눠 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서비스 가격 사이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