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킬로그램 한 가마니에 23만 2,540원. 산지 쌀값이 통계 작성 시작 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가 27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농민들의 소득도 전년보다 증가했다.
하지만 숫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한국 농가의 평균 소득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쌀값이 올랐다고 해도 농업 소득이 전체 가구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넘지 못한다. 나머지 75%는 농업 외 소득으로 채워야 한다.
쌀값 상승의 배경엔 생산량 감소가 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71만 톤으로, 5년 전보다 12% 줄었다. 농지 면적이 줄어든 데다 기후변화로 단위면적당 수확량도 감소했다.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다.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시장격리와 공공비축을 늘렸다. 올해 예산만 1조 2,000억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농민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지는 불분명하다. 쌀값이 오르면 소비자 부담이 늘고, 쌀값을 억제하면 농민 수입이 줄어드는 딜레마가 반복된다.
인근 일본과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다. 일본 농가의 평균 소득은 한국의 1.8배 수준이다. 직불금 같은 정부 지원도 일본이 2배 이상 많다. 프랑스나 독일 같은 유럽 국가들은 농민 소득의 40% 이상을 정부가 직접 지원한다.
쌀 소비는 계속 줄고 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킬로그램으로, 30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쌀 대신 빵이나 면을 선택한다. 수요가 줄어드는 시장에서 가격 상승만으로는 농가 소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농민 고령화도 심각하다. 전체 농가 인구의 46.8%가 65세 이상이다. 청년 농민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이런 구조에서는 생산성 향상도, 새로운 작물 도입도 쉽지 않다.
쌀값 역대 최고치는 반쪽짜리 뉴스다. 농민들이 체감하는 소득 증가는 제한적이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여전히 위태롭다. 숫자 뒤에 숨은 농촌의 현실을 보면, 23만 2,540원이라는 역대 최고가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