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두나무 본사. 이곳에서 11월 26일 공시된 2025년 사업보고서가 암호화폐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6.7% 감소했다는 내용이었다.
두나무의 영업이익 감소는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니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활황을 맞은 시기에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미국에서는 블랙록, 피델리티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ETF로 수조원의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반면 한국 투자자들은 여전히 거래소에서 직접 매매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두나무의 실적 부진이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고 본다. 업비트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량의 80% 이상을 차지하지만,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빗썸, 코인원 등 경쟁사들이 수수료를 낮추자 업비트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거래량은 유지했지만 마진은 줄어든 것이다.
두나무가 업비트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도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증권플러스, 뉴스톡 같은 핀테크 서비스를 운영하지만 매출 기여도는 미미하다. NFT 마켓플레이스 '업비트 NFT'도 시장 침체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결국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고용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두나무는 2023년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신규 채용을 최소화했다. IT 개발 인력 중심으로 선별 채용만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적 압박이 커지면서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 환경도 두나무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거래소들에 강화된 내부통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른 시스템 개선과 인력 충원 비용이 만만치 않다. 특히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 구축에만 수십억원이 투입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나무의 기초 체력은 여전히 탄탄하다고 평가한다. 누적 이용자 1000만명, 일 평균 거래대금 2조원이라는 기반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 독점적 지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다. 해외 거래소들이 한국 진출을 노리고 있고, 전통 금융사들도 가상자산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 한 임원은 "두나무의 실적 하락은 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라며 "이제 단순 거래 중개를 넘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두나무가 업비트라는 '캐시카우'에만 의존하지 않고 어떤 신사업을 발굴할지가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