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의 기후재난은 지역 구분이 무의미했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가 기상청과 함께 펴낸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보면, 11월 폭우가 남부지방을 덮치는 동안 중부에선 가뭄이, 동해안에선 대형 산불이 동시에 발생했다. 한 나라 안에서 정반대의 극단적 기후현상이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이번 보고서가 담은 2024년 기후재난 피해액은 3조 8000억원. 전년보다 42% 증가한 수치다. 특히 주목할 점은 피해 양상의 변화다. 과거엔 태풍이나 집중호우처럼 단일 재난이 특정 지역을 강타하는 형태였다면, 이젠 폭염·가뭄·폭우·산불이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진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을 '기록상 가장 더운 해'로 규정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연평균 기온이 14.2도로 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문제는 이런 온도 상승이 단순히 '더워지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기 중 수증기량이 늘면서 극단적 강수 현상이 잦아지고, 동시에 증발량 증가로 가뭄도 심해진다.
OECD 38개국 중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순위는 28위. 하위권이다. 더 심각한 건 재난 대응의 분절성이다. 산불은 산림청, 홍수는 환경부와 국토부, 가뭄은 농림부가 각각 담당한다. 전국이 동시에 다른 재난을 겪는 상황에서 이런 칸막이식 대응은 한계가 명확하다.
정부는 2023년부터 통합재난대응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각 부처 시스템을 연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시간 정보 공유나 통합 지휘체계는 여전히 작동하지 않는다. 올해 11월 남부 폭우 때도 기상청 예보와 지자체 대응 사이에 시차가 발생해 피해가 커졌다.
기후재난의 동시다발성은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2030년까지 극한기후 발생 빈도가 현재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는 동안 바로 옆 지역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일이 일상이 된다는 뜻이다.
이미 유럽연합은 2021년부터 범유럽 기후재난 통합대응센터를 운영 중이다. 27개 회원국의 재난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하고, 필요시 인접국 자원을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일본도 2022년 기후재난 통합사령부를 신설해 부처별로 흩어진 재난 대응을 일원화했다.
한국의 현 체계로는 동시다발 기후재난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산불 진화 헬기가 한쪽에서 부족한 동안, 다른 지역의 헬기는 격납고에 있는 식이다. 통합 지휘와 자원의 유연한 배분 없이는 늘어나는 피해를 막을 수 없다. 기후재난이 행정구역을 가리지 않는다면, 대응체계도 그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