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0일부터 시작된 일이다. 쿠팡의 브라이언 로저스 대표가 새벽배송 현장을 직접 체험하겠다고 나서자, 택배노조가 즉각 반응했다. 노조는 경영진의 현장 체험 시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문제는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택배노조가 주목한 건 단순히 하루 이틀 체험하는 것과 매일 같은 노동을 반복하는 것의 차이다. 노조는 "우리도 로저스 대표처럼 일하고 싶다"는 말로 현실을 꼬집었다. 경영진이 체험하는 조건과 실제 노동자들이 처한 환경이 얼마나 다른지를 드러낸 것이다.
과로사 문제는 택배업계의 고질적 난제다. 택배노조는 성명에서 과로로 인한 사망 문제를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새벽배송의 편리함 뒤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생존권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셈이다.
비슷한 시기 다른 기업들도 경영진의 현장 체험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런 일회성 이벤트가 실질적인 노동환경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2023년 대형마트 경영진들의 계산대 체험 이후에도 캐셔들의 근무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노조 측 평가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플랫폼이다. 새벽배송 서비스는 쿠팡의 핵심 경쟁력이지만, 동시에 수만 명의 배송 노동자들이 밤샘 노동에 시달리는 현장이기도 하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약 6만 명에 달한다.
로저스 대표의 현장 체험이 단순한 이벤트로 끝날지, 실제 노동환경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택배노조는 경영진이 체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야간노동 축소와 적정 물량 보장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새벽배송이 일상이 된 시대, 소비자의 편의와 노동자의 건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은 쿠팡만의 과제가 아니다. 택배노조의 이번 성명은 플랫폼 경제가 확산되는 가운데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